이대훈 농협은행장, '최대 실적' 등에 업고 첫 연임

올 순익 1조 돌파 전망…아시아 지역서 교두보 마련
앱 통합·비대면 채널 간소화 등 디지털 변혁 속도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올해 1월 취임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은행 출범 후 첫 연임이다. 올 한 해 1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데다 경쟁사 대비 열위에 놓였던 글로벌분야를 적극 개척한 공을 인정받았다. 웹과 애플리케이션(앱) 할 것 없이 디지털 분야를 강화해나간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3분기만에 순익 1조 육박…글로벌 진출 기틀 마련

NH농협금융지주는 1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행장의 1년 연임을 확정했다. 임추위는 이 행장이 실적 개선을 이뤄낸 점에 놓은 점수를 줬다.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933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한 규모다.

농협은행의 3분기 말 총자산이익률(ROA)은 0.45%로 지난해 말 0.25%보다 0.20%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ROE도 4.52%에서 3.74%나 상승한 8.26%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원화대출금은 186조 65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고, 이 기간 중 예수금 역시 12.3% 늘어난 200조 9891억 원을 기록했다.

경쟁 금융사에 뒤쳐진 해외 분야를 적극 개척한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농협은행의 첫 해외법인 인수 역시 이 행장의 발로 뛴 결과다.

농협은행은 캄보디아 소액대출전문회사인 사믹(SAMIC) 인수 건에 대해 지난 8월 17일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상무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 행장은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 중앙은행 총재를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프놈펜, 시하누크빌, 시엠립 등 캄보디아 3대 도시를 거점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부동산담보대출과 중소기업(SME) 관련 대출을 적극 확대하고 농기계 관련 할부금융 등 농업금융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향후 이 행장은 인도 노이다 지점 개점 및 인도네시아 진출 검토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 행장의 현장경영은 베트남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지난 5월 베트남 금융당국을 찾아 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의 영업기금 증액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베트남금융당국은 지점 설립 당시 3500만 달러였던 하노이지점의 영업기금을 8000달러로 늘리는 안을 승인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호찌민에 베트남 대표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현지 2호점을 개설을 위해 공들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베트남 최대은행인 아그리뱅크(농업농촌발전은행)와의 협력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상호 자금지원, 거래 기업 소개 및 중장기적으로 디지털금융 및 농업금융 분야 노하우 공유 등 다각적 협력을 통해 타행과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두 은행은 지난 2월 NH-AGRI 무계좌 해외송금서비스를 출시하고 계좌번호 없이도 수취인이름과 송금번호만으로 송금을 가능케했다. 현재 누적 거래금액은 210만 달러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와는 별개로 농협은행은 국내은행 최초로 베트남에서 계좌기반 직불결제 서비스가 가능한 '베트남QR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디지털' 드라이브…"장기적 안목 경영" 기대

임추위가 이 행장에게 농협은행을 1년 더 맡아달라고 결정한 배경엔 '디지털 강화'에 대한 주문도 담겼다. 이 행장은 뱅킹의 디지털화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7월 비대면채널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비대면 채널 운영시간을 확대하고 금융상품마켓과 올원뱅크를 고도화하는 게 핵심 추진전략이다. 이를 통해 농협은행은 7월부터 비대면 채널에서 비대면 입출식계좌 가입시간을 24시간 365일로 늘렸다. 대출상품도 주말에 가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최근엔 비대면상품가입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식으로 금융상품마켓도 리뉴얼했다. 이 행장은 "올원뱅크나 스마트뱅킹 등 기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해 영업점 방문 없이도 간편하게 상품가입이 가능 하도록 하고, 푸시 알림 서비스 등으로 금융·비금융정보 제공을 대폭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앱 통합 작업도 이 행장이 공들이고 있는 분야다. 최근 농협은행은 개별앱으로 운영되던 △스마트뱅킹 △금융상품마켓 △스마트인증 △퇴직연금 △스마트알림 등 5개 금융앱을 하나의 앱인 'NH스마트뱅킹 원앱'으로 통합했다.

단순이 앱만 합친 게 아니라 소비자의 이용빈도가 높은 조회, 이체 및 상품가입 기능을 간소화했다. 한 예로 '다시이체 기능'은 일체의 입력사항 없이 계좌비밀번호만으로 이체를 진행할 수 있고, '키보드뱅킹'은 메신저나 SMS 이용 중에 뱅킹 앱 실행 없이 4자리 계좌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이체가 끝난다. '간편뱅킹'도 6자리 비밀번호로 로그인 후 보안매체와 공인인증서 입력 없이 이체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 행장의 연임엔 중장기적 안목에서 은행을 이끌어달라는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대표의 임기가 타 사 대비 짧은 편"이라면서 "중장기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시간을 두고 자회사 대표를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역시 금융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금융사 경영진의 최초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는 게 낫다고 권고하고 있다는 점도 직간접적으로 이 행장의 연임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날 이사회에서 신임 농협생명 대표에 홍재은 현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을, 농협캐피탈 대표에 이구찬 농협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장을 선임했다.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대표는 1년 더 농협손보를 이끌게 됐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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