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낮은 롯데손보·롯데카드…매수자 구할 수 있을까?

롯데손보, IFRS17 기준 건전성 미달…수천억 증자 필요
롯데카드, 롯데멤버스와 따로 매각 시 점유율 급락 위험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이정화 기자]롯데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매수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손보는 대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롯데카드는 롯데멤버스와 분리될 경우 시장점유율이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물로서의 매력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롯데그룹은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융 자회사를 계속 거느릴 경우 금산분리 규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다. 때문에 롯데그룹은 내년 10월까지 금융 자회사를 정리하기로 했으며 롯데손보와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 회사의 매각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는 의문의 시선이 많다.

우선 롯데손보는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619억원, 총자산 13조3507억원(9월말 기준), 시장점유율 3.1%로 별다른 특·장점이 없는 회사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을 벗어나면 실적만 더 나빠질 위험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손보는 롯데그룹의 퇴직연금 계약을 거의 도맡다시피하고 있다”며 “이 계약을 잃으면 실적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오는 2022년 도입될 예정인 IFRS17이 골칫거리다. IFRS17 도입 시 모든 보험사는 보험금지급여력(RBC) 비율을 2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롯데손보의 올해 9월말 현재 RBC비율은 157.6%에 불과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소 6000억원 이상 증자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증자의 부담까지 고려하면 롯데손보의 가치는 사실상 ‘마이너스’”라면서 매수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암시했다.

롯데카드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10.95%(9월말 기준)에 달한다는 점에서 일부 은행지주사가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롯데카드를 인수해 기존 카드사와 합병하면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B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시장점유율 16.57%의 KB국민카드와 합병하면 단숨에 신한카드를 넘어 업계 1위로 떠오를 수 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 등도 롯데카드와 합치면 카드업계 중위권에서 2위권까지 도약할 수 있다.

때문에 롯데카드가 시장에 나오면서 은행지주사에서 노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롯데카드와 롯데멤버스가 함께 매각되느냐다. 롯데멤버스는 롯데그룹, 특히 유통 분야와 연계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롯데카드의 L.POINT, L.pay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혜택들은 롯데멤버스를 통해 제공된다. 다만 롯데멤버스는 이미 지난 2015년 1월 분사돼 롯데카드와 별도의 법인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롯데멤버스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이번 롯데그룹의 매각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매각 대상은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라면서 롯데멤버스가 같이 팔리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롯데멤버스는 금융회사가 아님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경쟁력이 훌륭해 굳이 끼워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면 롯데카드는 롯데멤버스와 함께 매각되지 않으면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롯데멤버스과 분리된 롯데카드에서 L.POINT, L.pay 등의 서비스가 중단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카드의 주요 매력 요인인 L.POINT, L.pay 등의 서비스가 멈추면 시장점유율이 급락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진다면 롯데카드를 인수해서 얻는 이익도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반면 롯데지주 측은 이같은 관측을 부인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L.POINT, L.pay 등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 정보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는 등 롯데그룹 측의 이익이 작지 않다"며 "롯데카드 매각 후에도 관련 서비스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캐피탈은 금융회사임에도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롯데캐피탈이 그만큼 ‘알짜’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015년 871억원, 2016년 1055억원, 2017년 1175억원 등 매년 당기순이익이 증가 중이며 카드사처럼 수수료 인하 이슈도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수익이 쏠쏠한 롯데캐피탈을 매각할 것 같지는 않다”며 “아마 롯데지주가 소유한 25.64% 지분을 호텔롯데로 옮기는 형태로 해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바깥의 회사라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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