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케어푸드 시장 잡아라" 식품업계 차세대 시장 경쟁 '후끈'

현대그린푸드, 스마트 푸드센터 설립…다양한 관련 제품 생산
제일제당·신세계푸드, 내년 소비자 제품 출시 통해 본격 진출

사진=현대그린푸드
[세계파이낸스=유은정 기자] 케어푸드(Carefood) 시장 선점을 위한 식품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케어푸드는 연화식, 치료식, 다이어트 식품 등 고기능성 식품 전체를 통칭하는 용어다. 

케어푸드 시장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이어  식품업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2012년 5816억원에서 2015년 7903억원 규모로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엔 1조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등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오는 2020년에는 2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현대백화점그룹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월 국내 처음으로 연화식 제품을 출시하며 케어푸드 시장 선점에 나섰다. 연화식은 일반 음식과 동일한 모양과 맛은 유지하면서 씹고 삼키기 편한 식사를 지칭한다.

국내에서 HMR 형태의 연화식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으로 그간 일부 식품업체에서 병원식 등 일부 B2B용 연화식 제품을 판매해 왔다.

현대그린푸드는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케어푸드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지난해부터 연화식 상용화를 위해 10여 명의 임상 영양사와 전문 셰프들로 구성된 별도의 연화식 R&D 프로젝트팀을 운영했다. 또 국내 최초로 연화식 특허 출원과 전문 제조시설도 갖췄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리팅 소프트 브랜드의 연화식은 육류 3종, 생선류 3종, 견과 및 콩류 6종 등 총 12종이다. 음식의 경도(물체의 단단한 정도)를 일반 조리 과정을 거친 동일한 제품보다 평균 5분의 1, 최대 10분의 1로 낮추는 연화 공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씹는 힘이 약하거나 치아가 불편한 고객이 쉽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번 연화식 제품 12종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연화식 제품군을 육류와 생선류를 중심으로 최대 10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최첨단 식품 제조 기능을 갖춘 성남 스마트 푸드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케어푸드 제품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푸드운영기획팀장은 "지난 1년간 연화식 제조 전담팀을 꾸려 일본 등 헬스케어 푸드 선진국 실태조사와 조리기술을 연구해 연화식 제조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며 "연령과 건강에 상관없이 소비자 누구나 즐거운 식사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그리팅 소프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올해 안에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를 본격 론칭해 신제품을 출시한다. 원밀 솔루션(One Meal Solution)이 가능한 '부드러운 불고기덮밥', '구수한 강된장비빔밥' 등 덮밥/비빔밥 소스류 5종은 이미 개발했고 연내에 추가로 9종을 개발 완료해 모두 14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환자 일반식 중심의 B2B 시장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에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본격 확대한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HMR 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역량을 집중해 케어푸드를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Next HMR)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푸드 역시 지난달 일본 영양치료 선두기업 뉴트리(NUTRI)와 한국형 케어푸드의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케어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뉴트리는 케어푸드 제조에 주로 사용하는 점도증진제(식품의 점도를 조절하는 소재) 분야에 있어 일본 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영양요법 식품 제조 전문기업으로 케어푸드 제조에 관련한 기술과 노하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뉴트리와 함께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 케어푸드 제품의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고 병원식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를 넘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선보이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케어푸드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은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십 조 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환자, 고령자, 영유아, 다이어터 등 다양한 연령층을 중심으로 식사대용식, 메디푸드, 드링크 등 케어푸드 관련 시장이 26조원 규모로 형성됐고 2020년에는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영양 보충식, 부드러운 음식 등 단계별로 세분화돼 있는 수준까지 발달했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은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고령층을 겨냥한 케어푸드 시장과 고령친화식품 시장 형성되는 단계로 식품업계는 신소비 개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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