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발톱 세우는 연준…한은에는 없는 그것이 있어서

 

"미국이 과연 올해 4번, 내년 3번이나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 및 자산시장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0월 초부터 무려 2400포인트나 하락했다.

증시에서는 아우성치고 있지만 연준의 금리에 대한 스탠스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의 일부 위원들이 기준금리가 중립에 근접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른바 시장달래기 차원의 페드풋(Fed put)이 몇 차례 나오기는 했지만 겨울에 날아온 몇 마리 제비에 불과하다.

통화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스탠스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월가 분위기가 크게 출렁거리면서 파월 의장의 파월 풋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로서는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이 4.2%, 3분기는 3.5%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다시 올라서고 있는 미국이 신흥국과 같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연준의 컨센서스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내년도 경기문제를 연준에 제기하고 있다. 2.5%로 전망되는 미국경제를 1.7% 정도로 만들고 싶다는 것인가 라며.

여기에 대한 연준의 대답도 지금까지는 역시 'yes'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내년도 경제전망이 2.5%를 넘어설 수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이런 스탠스가 확고하게 시장에 전달되면서 달러화는 강세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고 대체재인 금 가격은 약보합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지정학적 이유로 인해 변동성이 커졌던 국제유가도 공급과잉 요인과 강달러 요인이 겹치면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월가에서는 내년도에는 미국과 다른 나라 간의 금리 차이가 커짐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그런 반면 우리나라 통화정책당국인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 차이 확대에 대응하고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성장률이 3.0%에서 2.6%까지 줄고 내년에는 2.3%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국제기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의 성장률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인데 왜 그래야 할까. 연준도 성장 전망이 어둡다면 쉽게 인상 스탠스를 갖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한은을 굳이 연준과 비교해본다면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눈치를 너무 본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한은이 독립성을 갖도록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상태인데도 너무 주변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면서 "최종 수문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오직 나라경제만 생각해서 통화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전문가는 한은이 정부 분위기에 맞춰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그로 인해 경기위축을 가져온다면 그 역시 정부가 아닌 한은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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