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 특수성 반영된 노후소득보장체계 마련돼야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5년마다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를 시행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재정이 장기적으로 취약하다는 과거 추계결과에 따라 이미 국민연금의 법정소득대체율을 40%로 인하하고 연급수급연령을 65세로 상향조정하기로 한 상태다. 올해 시행한 4차 장기재정추계 결과 기금고갈 시점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짐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보험료 인상의 정도를 결정하기 이전에 국민연금의 적정 소득대체율에 대한 의사결정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이미 ‘가안’과 ‘나안’으로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되어 있으며 두 가지 방안은 각각 소득대체율 40%와 45%를 제시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연금가입기간 중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중’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100만원의 소득자가 은퇴 이후 50만원의 연금을 받을 경우 소득대체율은 50%가 된다. 국제적으로 제시되는 공사연금의 적정 소득대체율은 70% 정도다.

국내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법정소득대체율 40%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미 법정소득대체율을 40%로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사례를 학습한 이후 국내 실정에 부합하도록 미세조정을 하는 방법으로 단기간에 완성도 높은 경제, 정치, 사회보험 제도들을 마련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구고령화에서 만큼은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닌 선발주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국은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이슈에서 만큼은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거나 예상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부과방식에 근거한 공적연금의 기능을 확대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공적연금을 축소하는 대신 사적연금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40%의 법정소득대체율 하에서도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이 취약하데 이를 45%로 상향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않다.

국민연금의 수령액을 확대해 좀 더 연금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을 통한 법정소득대체율의 확대가 아닌 가입기간을 확대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연금의 연금액과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이 증가할수록 즉 근로기간이 증가할수록 확대된다. 너무 늦게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너무 빨리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니 근로기간이 짧아지고 국민연금의 연금액과 소득대체율이 낮은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다. 어떤 연금으로든 적정 소득대체율 70%만 달성하면 된다. 국내 인구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70% 중 사적연금이 더 큰 역할을 하도록 전체 노후소득보장체계를 재설계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혹자는 퇴직연금에 불입하는 기여금을 국민연금 쪽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제기하는데, 오늘만 살고보자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일 수 있다.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국내 특수성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첫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이며, 둘째는 ‘중고령자의 자산’이다. 우리나라 가구는 대부분의 자산을 실물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 또한 다른 나라들과 매우 상이한 모습니다. 통계청의 2017년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내 가구는 전체 자산의 75.4%를 실문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고 실물자산의 93.9%는 부동산이다. 즉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이며 연령이 증가하는 중고령자의 부동산자산 비중은 더욱 높다. 일반적으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는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으로 구성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자산구성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주택연금을 3층에 포함시켜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의 법정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겠다는 단순한 발상보다는 국내 특수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가입기간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개선하고 적립방식의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체계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하며 주택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필요에 따라 사적인 영역에 공적인 기능을 가미하는 제도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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