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LG전자 스마트폰 <下> ] 버리기도, 안고 가기도 부담

글로벌 판매량·점유율 하락…미국내 점유율도 16%→12% '뚝'
그룹 시너지에 되레 악영향 우려, 가격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

 

LG전자 스마트폰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기술개발에 뒤처지면서 만성적인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이 원하는 것을 잡아내지 못하는 무능한 경영진에게 성과금을 지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LG스마트폰의 부진 원인과 책임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극심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끌고 가자니 부담만 커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자, 화학, 통신 분야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부진으로 시너지는 커녕 그룹 전략에 적지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제기된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부진은 심각하다.

스마트폰 사업(MC)에서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기준으로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950만대에 그쳐 최근 5년래 가장 적은 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4%에서 3%로 떨어지며 사업 유지에 의문부호가 켜졌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도 하향세가 감지된다. 시장조사기관 CIRP의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점유율 분석을 보면 LG전자의 점유율은 12%로 작년 같은 기간 16%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시장내 삼성과 애플 점유율은 각각 36%로 양분중이다.

문제는 경기 불황 속 부진이 아니라 경기 호황 가운데 이어지는 부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기가 본격 불황에 돌입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

더욱이 애플과 삼성 등 경쟁사가 헛발질을 하지 않는 이상 시장 추월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LG전자는 과거에도 상대의 실수를 틈타 반등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경험이 있다. 비슷한 가격대에선 삼성이나 애플의 고객 충성도가 높다보니, 상대방의 결함이 없는 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8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멜리아 호텔에서 황정환 MC사업본부 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배터리 발화로 갤럭시노트7이 조기 단종되며 기회를 잡았지만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 역시 '아이폰7'에 밀리면서 반짝 흥행하는데 그쳤다. 당시 LG전자는 'V20'에 대한 마케팅을 전면 강화하고 판매량 방어에 나섰지만 되레 마케팅 비용이 커지면서 천문학적인 적자(1조2000억원)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버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스마트폰 플랫폼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세계에서 팔리는 스마트폰의 이윤 91%를 가져가고 있다.

브랜드 강화 전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마트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중 하나가 가격 경쟁력이다.

작년에 선임된 황정환 MC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2월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에 이용자가 사용하지도 않는 기능을 추가하다보니, 제품 원가만 인상시켜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가격 부담만 커지게 됐다"며 "다른 시도를 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의 본질을 되새기겠다"고 말했다.

대신 LG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과 내년 출시되는 5G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황 부사장은 "5G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공격적으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가의 스마트폰들 사이에서 LG전자 스마트폰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고가의 부품이 투입되면서 스마트폰 가격을 인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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