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국제유가, 100달러까지?…경제 발목잡나

 

1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급등세가 무섭다. 이는 미국의 이란 및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노력이 더뎌지는 가운데 투기수요까지 겹치는 형국이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소비, 투자, 성장, 물가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다시 열리나…향후 전망은

국제유가 상승세는 내달 4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제재를 앞둔 수급 불안감에서 촉발됐다.

미국이 핵문제와 관련,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도록 국제공조에 나섬에 따라 시장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도 단기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노린 투기수요가 가세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내 국제유가 100달러시대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강세는 가능하겠지만 국제유가 안정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100달러시대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에게 전화로 국제유가 문제를 논의한데다 미국 내 석유생산이 최근 세계 1위에 올라설 만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국 내 유가는 국제유가에 비해 배럴당 약 10달러정도 낮은 가격에 형성되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도에는 미국 내 석유생산이 과잉공급을 걱정할 정도로 많은 양이 생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런 만큼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까지 치솟기는 어렵지만 산유국 제재에 따른 영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단계 올라선 국제유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화학산업 분야를 제외하고는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과거 오일쇼크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물가상승과 성장 등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코스트푸시 인플레(cost-push inflation)를 유발함에 따라 수출과 내수 모두 어려워지고 성장도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10% 상승 시 수입물가는 2개월 후 최대 6.5% 오르고 생산자물가는 1개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5개월 후 0.62%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5개월 후 최대 0.15% 올랐다.

이렇게 오른 물가는 소비와 수출에 영향을 주게 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물가가 오르면 소비는 당연히 줄어든다. 거의 모든 공산품에 원재료로 사용되는 석유가격이 급등하면 수출가격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고 수출도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 경로를 통해 수출과 내수가 영향을 받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결국 성장률도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96%, 소비는 0.81%, 투자는 7.56% 내려간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 상승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리스크헷징과 가계구매력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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