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금의 뒤바뀐 처지…알고 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경제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간 가운데 국제상품선물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석유와 금은 트럼프 이전과 이후에 완전히 자리바꿈을 한 원자재로 꼽힌다.

국제 유가는 1년 전만해도 배럴당 50달러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80달러를 찍으며 100달러시대를 예견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1350달러를 돌파, 1400달러를 넘보기도 했으나 지금은 1200달러에도 못 미친다.

유가 강세와 금 약세는 이례적으로 대조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트럼프 시대의 특징을 잘 반영해주는 현상인 것으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밀고 나가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했다.

중국 등을 상대로 글로벌 무역갈등을 촉발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며 중동정책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다.

그런 그의 정책이 겨냥한 것은 미국 내에서 중후장대산업으로 이름난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종사하는 백인 유권자들의 표였다.

러스트벨트의 핵심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업종이 붐을 이루려면 유가가 올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 때문에 중동지역에 긴장을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지만 어쨌든 그가 재임하고 있는 2년 안 되는 기간 동안 국제 유가는 무려 60%나 올랐다.

지금은 셰일가스 생산 급증과 산유국들의 생산증가로 인해 유가에 약간의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지만 이란에 제재가 강해지면 언제든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미국 난방유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상승 재료다.

이에 비한다면 금은 정반대 포지션에 위치한다.

미국의 국력과 위세가 강해지면 달러로 돈이 모인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일종의 자산이 되면서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금은 과거 금본위제와는 달리 지금은 통화의 가치를 헤지하는 자산으로 간주된다.

그런 만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금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트럼트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고삐를 다잡기 위해 달러가치가 내려가도록 용인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긴 했지만 달러화의 강세는 여전하다.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의 국력이 강해보이니 달러화가 더 좋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 유가 전망은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국제 금 시세 전망은 비관론이 지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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