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코스피 흐름은?…美中 무역협상 진전 여부에 달려

소비·투자 모두 부진, 수출만 호조…"美中 무역협상 타결 시 2400선 뚫을 수도"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지난 7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2200대와 2300대 초반에 머물며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4분기의 흐름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진전 여부에 좌우될 전망이다.

내수에서 사실상 호재 없이 악재만 산적한 가운데 주요 2개국(G2)의 무역전쟁은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긍정적으로 결론이 나면 수출 호조를 통해 증권시장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내수가 너무 좋지 않아 증시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대할 수 있는 건 수출뿐”이라며 “이를 위해 미중 무역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수 관련해서는 우울한 소식뿐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기적으로는 고용지표가 개선되기 어려울 듯 하다”며 사상 최악의 고용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7월과 8월 신규 취업자 수 증가폭(통계청 집계)은 각각 5000명 및 3000명에 그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중 이례적인 호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9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의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0.6%로 1분기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2분기 성장 기여도는 내수가 –0.7%포인트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 모두 극도로 부진했다. 설비투자는 전기보다 5.7% 줄어 2016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건설투자는 –2.15%로,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7%로 후진했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0.3%에 그쳐 2016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를 반영하듯 2분기 국민소득은 전기 대비 1% 감소했다.

삼성선물은 “7월 산업활동동향과 8월 수출입동향 모두 ‘현재는 좋으나 미래는 부정적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수출뿐인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에 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현재는 양국이 ‘강대강’ 대치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이 관세는 연말에 25%로 올라갈 예정이다.

중국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국산 제품 60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해당 제품에 대해 오는 24일부터 5~1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조치를 시행할 경우 267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국이 부과한 관세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 트럼프 행정부가 애플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자전거 헬멧, 카시트 등 300여개 소비자제품들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특히 월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불합리한 무역을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인 협상을 원한다”고 밝혀 협상 통로를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회견에서 "우리는 아마 어느 지점에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캇 브라운 레이몬드 제임스 수석 경제학자는 "미국은 25%의 관세를 곧바로 부과하기보다는 연말까지 기다리기로 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중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강경한 자세는 11월 중간 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지지율 하락이 뚜렷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인 판단이 깔려 있는 행동"이라며 ‘끝장 승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음을 내비쳤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도 “중간 선거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심화 또는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은 늦어도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돼 긍정적인 결론으로 연결되면 코스피에도 훈풍이 불 확률이 높다.

김도현 삼성증권 해외주식팀 김도현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증시와 코스피는 주간수익률 기준 상관관계가 0.7에 이를 만큼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미중 무역협상을 주목해야 할 이유를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내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코스피도 상승 탄력을 받아 2400선을 뚫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함께 존재한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과거에도 미국의 이익을 지키거나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나라를 견제하려 무역분쟁을 치렀던 전력이 있다"며 미국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간 선거 이후에도 미국이 중국과 타협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내년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코스피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간 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강경한 자세가 풀리지 않으면 코스피가 2200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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