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을 결정하는 요인을 보니

물안한 대외여건 속 성장과 물가 외에 고용 변수도 무시할 수 없어
"금리 인상하고 싶지만 주변 상황 만만치 않아"…연내 인상 불투명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 동결을 의결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미중 간 무역분쟁과 고용 부진 등의 문제가 완화된다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또 한·미금리 차 확대로 인해 해외자금이 유출되거나 가계부채가 확대되면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고 물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3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가진 후 내놓은 메시지를 요약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은 쉽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

먼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의 영향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위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곧바로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좀 더 신중히 짚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현재 미중 간의 무역갈등이 거의 전쟁과 같은 극한으로 치닫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세계 경제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게 된다.

고용 부진의 경우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조선과 자동차부문의 업황 부진에다 산업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인데 최저임금 인상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분은 한은으로서도 크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경우 고용이 통화정책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한은은 성장과 물가를 통화정책의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산업, 더 나아가 우리 경제가 반도체 등 특정분야의 호황으로 3%에 가까운 상당한 성장률을 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특정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연관효과가 자동차와 조선에 비해서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3%의 경제성장 효과가 전체 국민들에게 골고루 파급되지는 못한다.

이런 불균형 성장으로 인해 체감경기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고 소비도 좋지 못한 것이다.

고용지표는 성장률에 비해 이런 실상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은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일까.

이 총재는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전 의장이 기자들에게 '내 뜻을 정확히 알아들었다면 내가 말을 잘못 한 거다.'라고 했다는 멘트를 인용하며 이 부분을 우회적으로 피해갔다.

사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싶다는 의미다.  어려울 때에 대비해 여력을 확보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못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여러 조건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 고려해야만 할 대외변수도 적지 않다.

미국 연준의 연속되는 기준금리 인상 속에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거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각해질 경우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태클이 연준에 영향을 주는 분위기이고 신흥국 불안도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다. 가계부채도 금융당국이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추이를 봐야 하는 국면이다.

상황이 반전된다면 당연히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금리 결정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을 모은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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