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무역전쟁, 에너지분야로 번지나…인플레 우려도 커져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에너지전쟁으로 번져가는 가운데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와 유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조치로 유가가 급락한 가운데 미국이 제재에 들어간 이란산 석유의 거래 문제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석유가격이 급등하는 등 중국 내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3.2%(2.23달러) 내린 66.94달러, 7주 만에 최저치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미국이 오는 23일부터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중국도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같은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유가가 하락 압박을 받았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한 미국 상품은 원유와 디젤, 자동차, 석탄, 철강 제품 등이다. 더욱이 이달 초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잠재적 부과리스트에 올림으로써 에너지분야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중국은 캐나다에 이어 미국산 원유 구매 2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도 그에 못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내 유가와 선물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유 수입선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내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방침을 내놓고 있으나 중장기적 대응책일 뿐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당장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원유 수입선으로는 이란이 유력해보이지만 현재 핵문제와 관련,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미 미국은 중국에 대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는 요구를 한 바 있으며 이에 중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도 더 늘리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이렇게 이란에 대한 제재로 급등했던 국제 석유가격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급락하는 것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가에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인플레를 알리는 단초처럼 보인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 자료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보다 2.1% 올랐다. 미중 상호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8월 이후에는 물가 오름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필수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는데 과거 오일쇼크 때와 같이 인플레가 유발되면서 성장이 크게 둔화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도 이미 여러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만큼 물가 상승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아무리 아마존효과를 통해 가격을 낮추려 해도 25%라는 원가 상승부담은 소비자물가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글로벌 무역갈등으로 인해 수출 둔화만이 아니라 유가 변동성 확대로 인해 벌어질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비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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