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통화정책이 먹히지 않는다"…혁신이 필요

잔 스메츠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 출처=벨기에중앙은행
"경제활동 전반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과 틀이 필요하다."

7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잔 스메츠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질적 경제주체를 고려한 새로운 통화정책도구 △디지털화(digitalisation) △금융부문의 변화하는 역할 등 3가지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스메츠 총재는 중앙은행이 그동안 신케인스학파의 패러다임에 입각해서 데이터를 바라봤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패러다임 하에서는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을 연결시키는 필립스곡선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는 지난 10년간 적절한 것으로 여겨졌던 이 프레임워크가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진전이 이뤄지면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경제주체 모델의 적합성의 경우 하나의 대표적인 집단을 상정하고 정책을 펴나가는 것인 만큼 다양한 경제주체를 고려하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특성에 따라 소비를 늘리거나 빚을 늘리는 등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디지털로 인한 변화에 대해서는 "사회의 디지털화는 생산과 노동, 무역 또는 소비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면서 이로 인해 통화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들이 거시적인 통계를 낼 때 넷플릭스 회원이 무제한 콘텐츠 사용 시 그런 수량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느냐는 점 등이다. 그런 디지털경제에서 잠재적인 생산의 양을 어떻게 결정하고 SNS에서 가격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등이 난제라는 것이다.

또 디지털세계에서는 복제가 일반화되어 있는 만큼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울 수도 있는데 그 가격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전반적인 디지털화로 인해 필립스곡선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 번째로 금융 중개의 본질과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핀테크혁명으로 인해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의 전통적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면서 가상통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메츠 총재는 이 같은 세 분야에서 보다 폭넓은 자료를 확보, 새로운 툴로 해석함으로써 통화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빅 데이터까지 포함한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그는 이 같은 접근방식이 개인의 정보 보호와 기밀유지라는 전제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스메츠 총재의 이런 의견은 유럽중앙은행(ECB)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 통화당국에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 전경.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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