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지지부진' 코스피…본격 반등은 언제?

무역전쟁·금리인상 등 악재 현재진행형…반등 소재 찾기 쉽지 않아
“11월쯤 무역전쟁 이슈 가라앉을 듯”…4분기 코스피 반등 기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코스피지수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이 하반기 예상치 하단으로 설정한 2300선이 무너져 2200대에 고착되거나 더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글로벌 무역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경제 한파 등 각종 악재에 둘러싸여있어 반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4분기부터는 글로벌 무역전쟁 이슈가 가라앉으면서 코스피도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5년만에 코스피 수익률 마이너스...7월에도 하락세 지속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코스피는 2326.13으로 전년말(2467.49) 대비 5.7% 떨어졌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13년 상반기(-6.7%) 이후 상반기 기준 최악의 수치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무역전쟁, 연준이 금리인상 및 횟수 상향조정 등으로 인해 해외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최근 미국은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 고율 관세를 물렸으며 중국이 동일 규모의 보복 관세를 천명하자 즉시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계획을 발표했다.

또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2%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점도표상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당초의 3회에서 4회로 늘렸다.

이처럼 한미 간 금리역전이 확대되고 국제무역에 먹구름이 끼면서 한국 경제와 증시는 심대한 타격을 받았으며 특히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조762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만 1조5868억원어치를 팔았다.

문제는 이런 대형 악재들이 지나간 이슈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코스피는 하반기 첫 달인 이달 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1.6% 추가 하락했다. 23일 역시 전거래일보다 0.87% 빠졌다.

지난달 18일 2400선이 붕괴된 후 코스피는 거듭해서 내리막길이다. 증권사들이 다급하게 연초 2500~3000 가량으로 잡았던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2300~2800 가량으로 수정했지만 이미 그 하단인 2300선도 무너진 지 여러 날이 지났다.

현재 코스피는 상승 탄력을 잃어 2200대에서 장기 횡보하거나 혹은 2200선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글로벌 무역전쟁, 연준 금리인상 등 코스피 부진의 주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세 대결이 환율 전쟁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세”라면서 “이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역내 시장 기준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7697위안으로 한 달 새 4.6%, 3개월 만에 7.5%나 뛰었다.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내려갈수록 미국 시장에서 중국 상품의 경쟁력이 올라가므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죽으로 지정하는 등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면 그 여파가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수출과 국내 기업 실적이 부진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11억8500만달러에 그쳐 전년동월 대비 0.2% 줄었다. 이번달에도 1~10일 수출액이 1.9% 감소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총 48조7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로는 9% 늘어난 액수이나 4주 전의 시장 예상치보다는 1.76% 하향조정된 것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락하면서 기업 실적의 부진을 실감케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 증가율이 더 하락한다”며 “삼성전자 이외 업종에서는 강한 이익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2분기 이후에도 기업 실적 불안감이 작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은 고스란히 증시 부진으로 연결됐다. 건설투자 및 고용 부진과 최저임금 이슈 역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 건설투자가 0.1% 마이너스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말 예상치인 32만명보다 절반 가까이 급감한 18만명으로 전망했다. 최저임금이 2년 새 29% 급등하면서 번진 고용불안 및 물가상승 우려도 경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마땅한 호재가 없다”며 “한동안 증시에 한파가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무역전쟁 진정돼야 

증시 전문가들은 가장 큰 골칫거리인 글로벌 무역전쟁이 진정되면 증시도 다시 활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피가 반등하는 시기로는 4분기, 오는 11월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11월의 중간 선거 전후로 무역전쟁 이슈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두 나라 간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산업도 타격을 면할 수는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오래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박 센터장은 “4분기 들어 글로벌 무역전쟁이 완화되면 코스피도 반등할 것”이라며 2700 가까이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가 다시 하향될 거란 예상도 존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이 금리를 너무 올린다고 비판하는 등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예상이 유력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진정되고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가 하향조정되면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증시가 너무 저평가돼 있는 점과 급격하게 오른 환율이 증시 반등으로 연결될 거란 예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확정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2300선 이하는 국내외 악재가 실제 이상으로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형주의 부진이 과도하다”며 “3분기나 4분기 즈음 대형주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받으면서 코스피가 상승 흐름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들어 코스피 대형주지수의 등락률은 –6.9%(7월 17일 기준)로 중형주지수(-2.5%)보다 하락폭이 컸다. 소형주지수는 오히려 6.3% 올랐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래 원화 약세는 국내기업의 수출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곧 수출주의 비중이 높은 코스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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