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를 깬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발언에 '엄청난 후폭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를 의장에 임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 "금리 인상이 달갑지 않다"고 밝힌 발언이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겨냥한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 행정부의 중앙은행 불간섭원칙을 깬 것이라는 미국 금융권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싫어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전 방송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가)올라갈 때마다, 그들은 또다시 올리려고 한다"면서 "나로서는 정말이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최선이라고 여기는 쪽으로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면서도 "이 모든 일이 좋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자신이 지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서도 "매우 좋은 사람을 연준에 배치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동의할 필요는 없다.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통화정책에 대한 태도로 나타난 것이다.

연준의 기준금리인상이 잇따르면 '금리 인상→달러화가치 상승→미국 수출여건 악화→무역적자 확대'라는 경로를 타게 될 것이 우려된 것이다.

때문에 그는 "우리 통화가치만 오르고 있으며 우리에게 분명 불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제학자들 "위험한 발언"…트럼프에 집중 포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과는 많이 다르다. 민간금융기관들의 집합체의 성격이 강하며 수장만 대통령이 임명할 뿐 확고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같은 독립성은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부터는 더 엄격하게 지켜져 대통령들이 금리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내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금융권은 벌집 쑤신 듯한 분위기 속에 엄청난 역풍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성명을 내고 "당연히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연준의 정책 결정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매우 위험하다며 비판에 나서고 있다.

연준 이사를 지낸 프레데릭 미쉬킨 콜럼비아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5월 에르도안 터키대통령과 같은 기준금리 발언과 같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미쉬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당연히 연준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지만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의 피터 콘티브라운 교수와 JP모건체이스의 마클 페올리 이코노미스트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연준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미국 대통령 중 리처드 닉슨, 로날드 레이건, 지미 카터,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들이 연준의 금리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심을 모으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연준은 올해 들어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점도표 등을 통해 본 연준 이사들의 의견은 연내 4회 금리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8월 인상이 상당히 유력해지고 있는 분위기였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이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이다.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과연 연준의 결정이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가 큰 관심을 모은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행정부의 입김을 받았다는 우려가 제기될 것이고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미중무역전쟁을 치르는 행정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중무역전쟁과 인플레 우려 사이에서 서게 된 연준으로서도 묘안이 필요해 보인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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