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분데스방크는 '위기' 경고…우리는 아직 먼 이야기?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조찬회동에서 김동연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경제성장 동력이 크게 훼손될 위험에 처하자 독일을 비롯한 유럽지역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다가올 위험이 가시화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큰 대조를 이룬다.

16일 금융권 및 외신에 따르면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드만(Jens Weidmann) 총재가 지난 6일 독일 각료회의에서 독일경제가 더 어려워져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최근 독일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분데스방크는 독일 경제성장 전망치를 2.5%에서 2.0%로 낮춘 바 있으며 옌스 총재는 이에 따른 대책을 정부 측에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독일 경제가 더 이상 견실한 성장을 이뤄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상응한 정책을 내기 어려운 만큼 독일정부가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독일정부에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나선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옌스 총재

ECB 차기총재로 유력한 후보이기도 한 옌스 총재는 원래 ECB 내에서도 강력한 매파여서 이 같이 정부가 위기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은 의외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인식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의 영향 등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급전직하할 것이 분명한 가운데 채권 매수와 금리 동결 등으로 인해 ECB의 여력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ECB가 통화정책 정상화의 타이밍을 놓친 만큼 개별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의 경우는 이미 완화정책으로 전환했다. 물론 그로 인한 부채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위기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황에 대한 인식은 물론 대응에 대해서도 상당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16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긴급조찬을 통해 회동을 한 모양새는 다급한 듯 보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위험에 대한 인식은 미적지근해보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모두말씀에서 총재님께서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하방위험요인이 있다고 말했으며 우리도 거시경제상 잠재성장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하반기에 있을 수 있는 중미 무역마찰과 국제금융환경 등 하방위험요인에 주목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앞으로 더 확대되지 않는다면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오는 11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이와 관련한 대응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정책수장과 통화정책수장의 스탠스는 일단 '주목하며 지켜본다'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해외 주요국가들의 정책 및 통화당국의 스탠스와는 온도차이가 매우 크다.

정상화를 기할 수 있는 타이밍이 과연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하고 경제 전체 시스템의 취약한 부분을 파악, 위기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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