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州)에 위치한 벤시티신협(벤시티)은 올해 설립 73년 째를 맞는 캐나다 최대 규모의 단위 조합이다.
캐나다에서 최초로 사회책임 투자 펀드를 내놓은 곳도 이 곳이다. 대출 실행 때 주택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리모델링자금이나 저공해차량 구입자금을 우대하는 '녹색상품'을 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벤시티는 사회적 금융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지역 공동체와 공동 번영을 추구한다. 조합원 수는 52만 명을 넘는다.
서울시와 경기도 소재 일부 신협 조합들이 견학단을 꾸려 지난달 벤시티를 찾았다. 사회적 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수행하며 지역사회에 탄탄히 뿌리내린 벤시티의 성공 노하우를 직접 배우기 위해서다.
기자는 13일 서울 상도동 동작신협을 방문해 임정빈 이사장과 김현숙 전무의 벤시티 견학후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 벤시티를 방문한 이유는.
"우수 사례를 살펴보고 적용 가능한 사안을 찾아 한국 신협에 적용해보기 위해서다. 동작신협과 주민신협, 안중제일신협뿐만 아니라 김창진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 마을공동체학과 교수가 함께 했다.
지난 2012년 1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된 후 국내에서도 지역 내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영역이 더욱 확장하고 있다. 벤시티로부터 한국 신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중요한 팁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벤시티는 어떻게 시작됐나. 현재 규모는
"벤시티는 1946년 9월 밴쿠버에서 작은 신용조합으로 출발했다. 설립 초기 주민 14명이 5달러씩 출자했다. 첫 해 총자산은 2966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964년엔 조합원이 2000명으로 늘었고 1962년엔 총자산 500만 달러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최대 신협으로 성장했다. 2016년 말 기준 벤시티의 조합원은 52만 명, 총자산은 약 22조 원 원에 이른다. 현재 59곳의 점포를 두고 있다.
지금의 벤시티는 그간 사회적 금융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이룬 결과물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 1961년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여성들이 배우자 동의 없이 대출을 실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밴시티의 대출은 일종의 사회운동의 성격도 띤다. 1990년엔 비자신용카드 수익의 5%를 출연해 환경기금을 만들기도 했다. 저탄소 차량 구입 시 대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환경에 대한 조합원과 지역사회의 주위를 환기시켰다."
- 벤시티는 어떠한 방식으로 신협의 가치를 지켜나가나
"벤시티의 지향점은 지난 2011년 만든 브랜드 '메이크 굿 머니(착한 금융)'에서 살필 수 있었다. 벤시티는 지역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환원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다. 대표적인 게 성과공유제다. 벤시티는 매해 당기순이익의 30%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조합원에게 출자 배당하거나 지역사회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벤시티에 호응하는 조합원을 확대하고 지역공동체 내 신협의 가치를 지켜나간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점포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역시 관심을 가질 만하다. 벤시티 점포를 일종의 '동네 사랑방'으로 만들어 조합원이 사회적 금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이 밖에 벤시티가 미혼모나 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재무, 금융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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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부(富)를 누리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는 벤시티신협의 문구. 사진=벤시티신협 |
- 대표적인 정책 및 상품은
"벤시티는 홈리스(homeless) 밀집 지역인 밴쿠버 다운타운 동부 지역에서 '비둘기공원 벤시티지점'을 운영한다. 이 점포는 개인용 요구불계좌와 정기예금을 취급하며 홈리스에게 금융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이 점포를 이용하는 5000명 중 1500명이 홈리스다. 이들을 상대로 수익을 내기 위한 대출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대신 벤시티가 내놓는 지역배당기금의 일부를 지원해 점포를 운영한다.
벤시티가 취급하는 신규 법인대출의 50% 이상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커뮤니티 임팩트론'으로 나간다. 임팩트론의 대출 분야는 원주민 복지, 친환경 사업, 주거 제공, 비영리 단체, 친환경 사업, 소셜 벤쳐기업 등이다. 즉 벤시티는 지역사회의 각 분야들이 밴시티의 금융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벤시티의 활동이 한국 신협에 던지는 시사점은
"신협이 지역사회에서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현장에서 발굴하는 융·복합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품 개발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협 금융상품을 활용해 수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환경 보전 등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더욱 고민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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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시티 직원들과 신협 견학단. 사진=동작신협 제공 |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