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무인편의점, 좋은 점은? 불편한 점은?

본인인증 위한 카드 있으면 입장·결제…자유롭게 쇼핑 가능
교환·환불 제한적…도난·청소년 담배구매 등 보완할 점도

이마트24 무인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Self Store' 간판. 이마트24는 지난해 6월 처음 무인편의점을 선보인 이후 현재 서울조선호텔점, 전주교대점, 공주교대점, 전북대의대 생활관점, 성수백영점 등 무인편의점 6곳을 시범 운영 중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서비스·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업무 효율성 증대와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점포 무인화 바람이 유통업계에 불고 있습니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직원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일손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활용한 무인 편의점을 오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세븐일레븐은 업계 최초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무인형 편의점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 2월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빌딩에 2호점을 열었습니다. 다만 세븐일레븐의 무인형 편의점은 계산을 고객이 직접 할 뿐 매장을 정리·관리하는 근무자가 상주해 완전한 무인편의점으로 보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편의점 CU는 모바일 기반의 셀프 결제 앱(App) 'CU Buy-Self(CU 바이셀프)'를 개발해 현재 편의점 2곳에서 설치·운영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현재 후발주자인 이마트24를 중심으로 무인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6월 처음 무인편의점을 선보인 이후 지금은 서울조선호텔점, 전주교대점, 공주교대점, 전북대의대 생활관점, 성수백영점 등 모두 6곳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지난 21일 오전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을 직접 방문해보았습니다.

◇ 근무자 대신 셀프계산대…담배는 자판기에서 주류는 없어

서울 소공동 오피스 건물 내 지하 1층에 있는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 외관 모습.

지난 21일 방문한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은 서울 소공동 오피스 건물 지하 1층에 있습니다.

처음 본 이마트24 무인편의점 간판에는 '이마트24 Self'라고 쓰여있어 일반 편의점과 차이가 났습니다.

입구에는 몇 가지 안내판이 붙어져 있었습니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 입구에는 출입방법, CCTV 녹화, 상품 계산방법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우선 출입 방법과 CCTV 녹화 안내 등을 알리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출입 방법을 살펴보면 신용카드를 신용카드의 경우 입구 옆에 설치된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긁거나 후불교통카드는 접촉을 하면 3초 정도 후 문을 열면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는 또한 CCTV 녹화 안내도 고지돼 있습니다. '점포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CCTV를 녹화 중이니 고객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은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등을 입구에 설치된 카드 단말기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

직접 무인편의점에 들어가기 위해 입구 옆 설치된 카드리더기에 신용카드를 위에서 아래로 긁었습니다. 그러나 잘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다 또 다른 체크카드를 꺼내 카드단말기 하단에 카드를 넣었더니 잠시 뒤 문이 자동으로 열렸습니다.

이마트24 측은 카드 개인 정보는 무인편의점 출입 시 인증 용도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개인 정보 수집을 우려할 필요 없다고 설명합니다.

무인편의점에 들어가니 일반적인 편의점과 크게 달라 보이는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입구에 보이는 계산대에 직원이 없었고 대신 셀프 계산대 2대가 보였습니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에 설치된 담배 자판기.

입구 오른편에 있는 담배 자판기도 눈에 띄었습니다.

담배 자판기에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담배 판매 금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구매 방법은 신용(IC)카드를 자판기에 부착된 단말기에 접촉한 뒤 구매를 원하는 상품의 번호를 선택한 뒤 구입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무인편의점도 일반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식음료, 생필품 등 대부분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주류는 직접 점원이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조선호텔점에선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은 도시락, 샌드위치, 김밥 등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에는 직원 대신 셀프계산대가 마련돼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고 계산해야 한다.

기자는 물 한 병을 구매하기로 하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일반 편의점이라면 직원이 있는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했겠지만 이마트24 무인편의점에는 셀프 계산대가 있습니다.

셀프계산대 화면에서는 '즉석도시락/커피 결제'와 '일반상품 결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상품 결제'를 화면에서 터치한 뒤 물병의 바코드를 찾아 바코드 리더기로 읽게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KT멤버십 할인이나 이마트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옵니다. 이후 결제 화면이 나오면 신용카드나 SSG페이를 통해 계산하면 됩니다. 

최근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업체 등에서 직원이 있더라도 고객이 직접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넣고 결제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에 셀프계산대에서의 결제 작업이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건을 고르고 결제까지 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 유효기간 지난 도시락은 결제 안 돼…CCTV로 점포 관리

무인편의점에 방문한 뒤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우선 유통기한이 짧은 도시락, 삼각김밥 등과 같은 상품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도시락, 샌드위치 등 프레쉬푸드(FF) 상품은 유통기한 전에 영업관리자가 점포를 방문해 폐기 관리를 한다"며 "만약 유통기한이 지난 FF 상품을 고객이 계산할 경우 FF 상품에 타임바코드가 부착돼 있기 때문에 셀프계산대에서 결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셀프계산대 화면에 '일반상품 결제'와 '즉석도시락/커피 결제'로 나뉘어 계산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무인편의점 내에 물건을 훔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 것일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마트24는 점포 내에서 고객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 헬프데스크에서 무인 점포 내 CCTV와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응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본사 헬프데스크 인력 외에 점포 담당 영업 관리자는 스마트폰으로 점포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고 필요 시 영업 관리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점포에 음성 안내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 입구에 있는 상품 교환, 환불 안내.

그렇다면 무인 편의점에서 구매한 상품을 교환하거나 환불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할까요.

무인편의점 입구 옆에는 '무인점포 이용 안내'에 상품 구매 방법과 상품 교환, 환불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셀프계산대에서 구매할 순 있지만 교환이나 환불을 하려면 근무자를 대면해야 합니다. 매장 곳곳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해 직원에게 영수증을 보여주면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무인이라 눈치 보지 않아 편리" vs "무인이라 도난·비상사태 우려"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 내부 모습. 상주하는 직원이 없다는 점을 빼면 일반 편의점과 다르지 않다.
무인편의점을 처음 방문해본 결과 생각보다 입장이나 결제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최근 자판기나 상점 등에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고객이 직접 결제하는 방식도 늘어났기 때문에 직접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방식도 쉽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방문하더라도 매장 곳곳에 안내판이 붙여져 있어 어떻게 하면 결제나 입장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안내판을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도움전화 서비스' 안내판에 쓰인 전화번호에 전화해 문의하면 됩니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한 고객 A씨도 "상품 진열도 깔끔하게 돼 있고 판매되는 상품도 다양해 다른 편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유 있게 물건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무인편의점은 직원을 대면하면서 구매하기 불편한 물품을 사는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고객 B씨는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살 때 일반 편의점에서 남자 직원이 결제하면 불편했지만 무인편의점에선 혼자 계산하기 때문에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부분도 보였습니다.

무인편의점 내 담배 자판기에서는 체크카드가 아닌 신용카드로만 담배를 살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는 20세 이상 성인에게만 발급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빌리거나 아직 카드사에 신고되지 않은 분실된 신용카드로 청소년이 결제하더라도 막을 수 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편의점 내 근무자가 없기 때문에 도난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상황을 수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고객 C씨는 "CCTV를 찍고 있다고 하지만 매장에서 소란을 일으키거나 절도 사건이 일어나면 곧장 대응할 수 있는지 조금 염려스럽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매장 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신용카드 등을 통해 본인 인증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다"며 "이 밖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CCTV를 토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신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직원을 통해 구매한 상품을 바꾸거나 환불할 수 있는 일반 편의점과 달리 직원이 없기 때문에 교환, 환불이 쉽지 않은 것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입니다. 현재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의 상품 교환, 환불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7시30분부터 10시까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이 편의점을 자주 방문하는 D씨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여러 번 방문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편리하다"면서도 "한 번은 물건을 셀프계산대로 결제하고 곧장 상품을 바꾸려고 했는데, 직원을 불러야 하고 교환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돼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이마트24는 서울조선호텔점을 포함해 6곳의 무인점포 테스트 운영을 거쳐 점포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향후 경영주의 이익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래형 편의점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마트24는 지난달 5일 기존 편의점 매장과 자동판매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도 선보였습니다. 매장의 일정 공간(약 6평)에 대형 자동판매기 2대를 설치해 셀프형 매장으로 꾸몄습니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는 기존 매장과 셀프 매장이 동시에 운영되고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셀프형 매장만 운영해 심야 인건비를 아끼는 운영 방식입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올해에는 신규 가맹점 60~70점을 대상으로 셀프형 매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임차료와 최저임금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무인창업 모델도 검토한다"고 향후 무인점포와 관련한 계획을 밝혔습니다.

전문가들도 인건비 상승으로 무인편의점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향후 무인편의점에 대한 점주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점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무인점포 시스템의 수익은 일반 점포 대비 4배가량 높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직원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멀지 않아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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