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웰뱅', 저축은행 한계 딛고 서민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을까

잔돈모아올림적금·타기관계좌조회 등 다양한 서비스 담아
새로운 서비스 출시 준비…저축은행 한계·각종 규제는 과제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서비스·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저축은행에서 새로운 '메기' 역할을 자처한 곳이 등장했습니다. 1금융권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있다면 2금융권엔 웰컴디지털뱅크, '웰뱅'이 있다는 겁니다.

웰뱅은 웰컴저축은행이 1년 여간의 기간 동안 수십억원을 투자해 공 들여 만든 모바일 금융플랫폼입니다. 금융권에는 모바일 금융플랫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16년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 지난 2월 출시된 신한은행 '쏠(SOL)' 등 은행권에서 이런 금융플랫폼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여러 개로 분리돼있던 앱을 하나의 앱에 통합해 조회는 물론 송금, 대출 업무 등 금융서비스 전반을 통합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금융권에선 이런 플랫폼 출시가 활발하지만 저축은행에서 이같은 금융플랫폼을 내놓은 건 웰컴저축은행의 웰뱅이 처음입니다.

웰뱅은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와 중소자영업자 등 주변의 보통사람들을 위한 디지털뱅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혜택을 제공한다는게 웰뱅의 포부입니다.

실제로 웰뱅이 금융권의 새로운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살펴봤습니다.

◇서민들에게도 금융혜택을…케뱅·카뱅 못지않은 다양한 서비스 선봬

우선 웰뱅은 휴대폰 인증을 통한 간단한 인증만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요즘 등장하는 모바일플랫폼에서 흔히 사용되는 지문인식이나 패턴인식으로 로그인도 가능합니다. 화면구성도 카뱅이나 케뱅, 시중은행의 모바일플랫폼 못지 않게 깔끔하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웰뱅이 다른 금융플랫폼과의 차별성은 △잔돈모아올림적금 △타기관계좌조회서비스 △365일 계좌개설 서비스 △사업자 매출 조회 △비상금대출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잔돈모아올림적금. 사진=웰컴저축은행


잔돈적금은 웰뱅이 내놓은 히트상품입니다. 웰컴저축은행은 짠테크 트렌드를 반영한 자유적립적금인 '잔돈모아올림적금'을 웰뱅 출시와 함께 선보였습니다. 1만원 혹은 1000원 미만의 금액을 설정해두면 수시입출금계좌에서 '잔돈모아올림적금' 계좌로 자동이체 되는 서비스입니다. 앱에서 잔돈을 먹는 돼지 모양의 그림을 탭하면 수시입출금계좌에 모인 1만원 혹은 1000원 미만의 금액이 모여 적금계좌로 이체됩니다. 

예를 들어 10만원 잔고의 계좌에서 1000원 단위로 이체를 설정한 후 3000원을 사용하면 남은 7000원은 잔돈모아올림적금으로 자동이체되는 방식입니다. 만기시에 1만원 미만 금액은 1만원 단위로 올려주는 것이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실제로 '잔돈모아올림적금'의 한달 가입 건수는 4000건 이상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타기관계좌조회서비스. 사진=웰컴저축은행


타기관계좌조회서비스는 핀테크업체 외엔 다른 시중은행 모바일플랫폼에선 전혀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입니다. 보통예금 상품뿐만 아니라 예·적금상품까지 조회할 수 있습니다. "웰뱅에 접속하면 다른 금융기관의 잔액을 조회하기 위해 앱에 따로 접속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조회가 가능하다"면서 "웰뱅은 단순히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상품 이용 등 단순한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 생활을 웰뱅을 통하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것"이라는 게 웰컴저축은행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24시간 365일 계좌개설 서비스도 웰뱅이 내세우는 다른 금융기관 모바일플랫폼과는 차별화된 기능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보통 영업일에만 계좌개설이 가능하지만 웰뱅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잠들지 않는 은행'을 표방했다는 게 웰컴저축은행의 전언입니다.

'사업자매출조회' 서비스는 웰컴저축은행이 내세우는 킬러콘텐츠입니다. 웰컴저축은행은 그동안 '그날대출' 등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왔습니다. 이 서비스는 웰컴저축은행 계좌가 없어도 매장의 카드매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 계좌로 카드매출 입금계좌를 지정할 경우엔 입금누락분까지 실시간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매장을 비우는 일이 잦은 자영업자나 실시간으로 매출현황을 알고 싶은 사업주들에겐 유용한 서비스입니다.

비상금대출은 저축은행과 모바일 금융플랫폼의 적절한 결합을 잘 드러내 주는 예입니다. 웰컴저축은행은 3년 여간의 머신러닝 신용평가시스템(CSS) 성과를 토대로 중·저신용자 대상의 '비상금대출'을 선보였습니다. 머신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스로 특정 패턴을 찾아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하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에선 탈락했던 고객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고객저변은 넓어지고 연체율과 부실률은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은 5~6%대의 금리로 2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품으로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대비 최대 10~15% 낮다는 것이 웰컴저축은행의 설명입니다. 

중·저신용자의 리스크비용을 따져봤을 때 5~6%는 시중은행 중금리상품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획기적인 금리대입니다. 이 때문에 출시 한 달만에 일 평균 300여건을 기록했고,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저신용자 비중이 80%에 달했습니다.

이같은 저축은행의 모바일 금융플랫폼 등장은 단순히 웰컴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업계 전체에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웰뱅을 통한 고객 유입이 늘어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축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고 그만큼 장벽도 허물어져 업계 전체 고객 유입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갈수록 비대면채널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적은 저축은행 특성상 웰뱅은 고객 유입을 늘리고 특히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의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권 자체의 한계…새로운 서비스 출시로 차별성 강화 박차

웰뱅의 한계는 웰뱅 자체 보다는 저축은행업권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웰뱅 서비스는 카뱅이나 케뱅 혹은 다른 시중은행의 모바일플랫폼에 비해서 모자란 점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시중은행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소상공인 겨냥 서비스를 내놓은 점은 카뱅이나 케뱅,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할 때 웰뱅의 특장점입니다.

웰뱅은 저축은행에서 '최초'란 타이틀을 단 만큼 저축은행 이용자를 넘어 새로운 유입 고객을 만드는 것이 숙제로 꼽힙니다. 웰뱅은 출시 한 달만에 9만여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8만명이 웰뱅 고객으로 가입했습니다. 다른 저축은행 모바일 금융플랫폼이 출시 3년을 넘기고서도 가입자수 10만명을 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여신거래자수는 183만9818명, 수신거래자수는 360만3742명으로 모두 544만여명에 이릅니다. 모두 웰뱅의 잠재고객이지만 웰뱅이 당초 3개월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겠다고 한 목표치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시중은행과 직접 비교는 무리겠지만 웰뱅 출시 불과 두 달여전에 신한은행이 내놓은 모바일 플랫폼 '쏠'의 경우 출시 70일만에 이용자 500만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직 웰뱅이 갈 길은 멀어보입니다.

저축은행이라는 장벽을 넘어서는 것도 웰뱅의 또다른 숙제입니다. 저축은행은 2011년 모두 7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예금자보호법에서 보호하는 5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넣은 예금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이미지가 실추된 아픈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저축은행은 아직 보통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금융기관"이라면서 "이같은 인식이 장벽으로 작용해 웰뱅의 한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축은행'이라는 장벽을 넘어서 '보통사람들'을 위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면 결국 업계 전반의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 같습니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각인될 때 웰뱅 역시 저축은행이라는 장벽을 넘어서 온전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웰뱅은 이르면 이달중 '바코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바코드 결제는 웰뱅이 생활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웰뱅에 접속하면 메인화면에 바코드가 생성되는데 이 바코드로 실물카드 없이 편의점 등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삼성페이 등 각종 페이와 같은 형태로 웰컴저축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이체 형식의 거래형태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려면 당국과의 협의가 중요합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좀 더 강도높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웰뱅은 애초 더 많은 서비스를 웰뱅에 담을 계획이었지만 저축은행 규제 장벽 탓에 몇 개 서비스는 출시가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바코드 결제가 그 예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저축은행 역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면 당국의 협조 역시 절실해보입니다. 현재 모두 7편의 준비한 웰뱅 광고중 케이블방송에서 4편이, 지상파에서 1편이 방송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웰뱅에는 '대출', '빨리' 등의 단어가 전혀 포함돼있지 않지만 저축은행 광고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홍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실정입니다. 

금융당국은 2016년부터 저축은행 광고에도 대부업 광고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TV광고 시간대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현재 저축은행 광고는 대부업과 동일하게 케이블 방송 채널에서 평일 오전 7~9시, 평일 오후 1~10시, 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금지돼있습니다. 광고 내용과 형식에도 저축은행과 대부업에 동일한 규제 기준이 적용됩니다. 금융당국의 유연한 대처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해 고객들이 저축은행 모바일앱도 생활금융플랫폼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웰뱅을 고도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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