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美 '품목 예외' 불허에 대응책 마련 분주

관세 부담 협상·동남아 시장 공략 대응…"정부가 힘써줘야"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국에 '품목 예외'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품목 예외는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불허하면 대미 철강 수출은 미국과 합의한 70% 쿼터 내에서만 가능하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품목 예외' 불허 방침에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관세 면제 대신 쿼터에 합의한 국가의 철강 수출에는 품목 예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품목 예외를 허용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품목 예외를 받을 가능성도 확실치 않은 상태"라며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힘써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별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객사들과 관세 부담을 나누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지 고객사와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 정부 방침이 확정된 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쪽으로 수출 지역을 분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포스코는 태국과 베트남 등 건설업체와 유럽 완성차 업체에서 손실을 만회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동남아시아, 중국 등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수출물량이 적은 편이라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제철은 대미 수출 물량은 줄었지만 현지에서의 철강값 인상으로 악영향은 모면했다는 분석이다.

세아제강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세아제강은 베트남에 구조용 강관과 에너지용 강관을 주로 생산하는 SSV, 소구경 강관 및 범용제품을 생산하는 스틸파이프 등 2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올 연말에는 연 7만5000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SSV 2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자국 내 혹은 타 시장으로 수출을 돌리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며 "동남아가 상대적으로 수입 규제가 낮기 때문에 업체들이 주목할 만하다"고 내다봤다.

동국제강은 미국 수출량을 줄이는 것을 미리 대비해오던 상태라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품의 안전성 검증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취급하는 품목은 미국 관세와는 연관성이 적어 큰 타격은 예상되지 않는다"며 "미국 수출길이 막혔을 경우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품의 안전성 검증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한국산업규격(KS)인증 강화에 더욱 힘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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