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지휘권 넘겨받을 구광모 상무는 누구… LG 미래전략은?

LG그룹 경영의 지휘봉을 넘겨받게 될 고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사업부장(왼쪽)과 현재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 출처=연합뉴스
구본무 LG 회장 타계로 LG그룹의 3세 경영인이었던 구본무(73) 회장이 20일 타계함에 따라 LG그룹 경영의 지휘봉은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사업부장(상무)에게 넘어오게 됐다.

LG가(家)의 경영권 '장자 상속' 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진 것으로 보이며 구 상무는 우선 6월 29일 열릴 ㈜LG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LG는 그룹의 지주회사로, 구 상무가 LG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누구

구 상무는 원래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이 2004년 양자로 들이며 LG가의 후계자로 낙점되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서울 경복초교,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다. 입양 2년 뒤인 2006년 구 상무는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하며 경영 수업에 입문했다. 2007년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IT(정보기술) 실무를 익히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옮겨 1년간 근무했다.

이후 미국 뉴저지법인, TV·오디오를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다. 제조와 판매 현장, 해외와 지방 등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2014년 지주사인 ㈜LG 경영전략팀 상무로 승진한 이후로는 그룹의 주력사업·미래사업을 챙기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2월에는 ID사업부를 이끌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상업용 디스플레이 국제전시회 'ISE 2018'에 참가해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LG그룹 내부에서는 "구 상무는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평이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료들을 존중하면서 이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등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무에서는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때문에 실무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짚어내는 면모도 있다고 한다.

다만 일각에선 그동안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엔 그동안 경영 수업 차원에서 낮은 직급의 자리를 맡아왔고, 2014년에야 상무로 승진한 이유도 있다. 아직 40세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젊다는 측면도 있다.

LG 관계자는 "구 상무는 오너가이지만,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 원칙과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부문에서, 또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경영 역량을 쌓아 왔다"고 말했다.

◇LG그룹, 당분간 전문경영인체제 유력
2012년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구자경 LG 명예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의 미수연(米壽宴·88세)에 LG그룹 오너 일가가 참석한 모습. 구본무 LG그룹 회장(앞줄 맨 왼쪽)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뒷줄 왼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뒷줄 오른쪽 두 번째) 등이 함께 등장한 사진으로는 유일하게 공개된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구 상무는 당장은 LG그룹 전문 경영인들의 보좌를 받아 그룹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현회 ㈜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이 계열사별 경영을 책임지되, 구 상무는 큰 틀의 경영 방향이나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주력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구 상무가 일찌감치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올해 만 40세로 비교적 젊은데다 그룹 내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고 있어 사업부문별 현장 경영에서는 이들에게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0세 총수' 구 상무를 지근거리에서 측면지원할 전문경영인으로는 '6인 부회장단'이 우선 거론된다.

7명의 부회장 가운데 '로열패밀리'인 구본준 부회장을 제외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 부회장 등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 가운데 하현회 부회장과 조성진 부회장의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하 부회장은 지주회사의 대표이사인데다 2006년 ㈜LG의 시너지팀장(부사장) 재임 시절 구 상무를 휘하에 두면서 인연을 맺은 적이 있어 '측근 보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 등을 두루 거치면서 사업구조 고도화와 각 계열사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탁월한 능력을 확인했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구 상무가 2006년 LG전자 대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LG전자 미국법인과 창원사업장 등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재계에서 '고졸 신화'로 유명한 조 부회장은 최근 가전 부문을 중심으로 LG전자의 실적 호조가 이어지면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와병 중이던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 총괄 경영을 맡았던 구본준 부회장은 당분간은 과도체제에서 구 상무에게 '조언자' 역할을 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계열 분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구광모체제가 추진할 새로운 LG전략은?

일단 구광모 상무는 그룹의 지휘권을 넘겨받더라도 큰 결정이나 M&A와 같은 분야에 주력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LG전자가 인수한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업체 ZKW나, LG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직전까지 구 상무가 맡았던 정보디스플레이 사업 중 사이니지로 불리는 상업용 광고판 사업도 앞으로 키워나갈 아이템이다.

또 최근 급속히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도 미래 사업 후보군으로 꼽힌다. 태양광이나 ESS(에너지저장장치), 빌딩관리시스템(BMS), 바이오 신약 등의 사업도 LG전자나 LG화학 등이 미래사업으로 육성하는 종목들이다.

더욱이 블록체인과 자율자동차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밀접하게 연결되는 상황에서 전략을 어떻게 짜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부분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경험이 있는 구 상무의 역량이 발휘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IT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40대 그룹 총수가 4차산업시대의 초입에서 과연 어떤 방향을 잡게 될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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