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성년자 주류 판매, 무조건 '사업주' 잘못일까?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신분증을 위조해 술을 마셨던 미성년자들이 도리어 해당 주점의 업주를 신고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쟁 점포에서 미성년자를 의도적으로 접근시켜 영업방해를 했다는 업주들의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미성년자 주류 판매와 관련된 악용사례가 늘면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면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적발시 영업정지 3개월,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 처분을 내린다. 영업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사업주로서는 이외에도 금전적 피해가 막대하다. 다만 사업주가 종업원에게 평소 미성년자에 대한 주류 판매와 관련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등  평소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형사처벌만은 면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미성년자 주류 판매에 대한 책임이 사업주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많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2년까지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적발된 업소 3339곳 중 절반 이상인 78.4%(2619곳)는 청소년의 고의 신고로 적발된 사례였다고 한다.

실제 연신내역 인근 치킨집을 운영중인 A사장은 과거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해 1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5달 전 3명의 20대 학생들이(신분증 지참) 치킨과 술을 먹던 중 뒤늦게 친구 한명이 합석을 했고, 정신없이 홀 업무를 보고 있던 A사장은 합석한 손님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경찰이 가게로 들이닥쳤고 경찰은 바로 학생 테이블로 향하여 신분증을 요구했다. 당시 늦게 합석한 학생이 미성년자로 밝혀지면서 치킨집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A사장에 따르면 "경찰 조사결과 그 학생들의 거주지가 경기도 광명었다"며 "연신내와는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인데 여기까지 와서 술을 마셨다는 부분이 미심쩍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경쟁점포에서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를 보내 영업방해를 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이 후 A사장은 변호사를 선임해 선처 및 비용문제를 상의했고 결과적으로 영업정지 1개월의 감경 처분과 벌금 550만원을 선고 받았다. A사장은 1개월의 영업정지 기간동안 월세 490만원, 관리비 120만원, 인건비 300만원, 재료비 3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미성년자 주류판매로 처벌받게 되면 사업주는 영업정지로 가게 운영을 못하지만 월세, 관리비 등 고정 지출은 여전히 발생하게 된다. 위 치킨집 사례로 보면 1개월 영업정지 기간 동안 940만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 영업 재개 후 곧바로 정상화되지 못하면 사업주에게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만약 폐업 수순을 밟게 된다면 추후 결과적으로 건물주도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만약 장기간 갈 경우라면 임대계약종료까지 다음세입자를 들이지 못한다면 공실로 인한 월세·관리비 손실, 최악의 경우 상가 가치의 하락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만 21세 미만이 주류를 소지하거나 마시거나 혹은 살 경우 본인이 직접 처벌을 받는다. 주류를 판매하거나 제공한 사람에게는 최대 5000달러(약 539만원) 벌금이나 최대 1년 금고형, 영업정지 등을 처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만 18세 미만이 주류를 구매하거나 마실 경우 처벌 대상이다. 3회 이상 적발되면 최대 5000유로(약 656만원)의 벌금을 내거나 경찰에 체포돼 전과기록이 남을 수 있다. 판매자의 경우 최대 2만유로(약 2627만원)를 내거나 영업정지 등 처분이 내려진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 주류나 담배를 구매할 때에 술 자판기에서 구매자가 직접 '내 나이는 20살이 넘으며, 사실과 다를 경우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일본은 만 20세 미만 미성년자가 주류를 샀거나 소지할 경우 미성년자 대신 보호자와 감독 위치에 있는 사람, 판매자 등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 미성년자인 것을 알면서도 판매한 업주에게는 50만 엔(약 493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고, 부모나 감독자(대리인)에게도 벌금을 부과한다. 그만큼 법이 보호자와 감독 위치에 있는 사람, 판매자가 미성년자를 음주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외국 사례처럼 주류를 구입한 미성년자가 직접 처벌을 받거나 부모나 감독 위치에 있는 보호자에게 벌금이 부과되도록 우리나라 청소년 보호법 또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이슈화되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한 게시판에는 '불합리한 식품위생법 개정과 청소년 음주 관용에 대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위한 국민청원' 이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진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 2만3000여명이 참여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현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각 및 지문인식 시스템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일부 술집에서는 이미 도입한 시스템으로 신분증 스캐너가 대표적이다. 신분증 스캐너의 경우 미성년자가 위조한 신분증을 사용해도 신분증의 지문과 본인의 지문이 일치하는지 지문인식을 통해 검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스캔한 신분증이 1달 가량 기록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개선해 나가야할 사항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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