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당분간 보류…이유는?

상법 개정안 발의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 증폭·여론 악화도 부담

삼성전자는 24일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속에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타운에서 열린 제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인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당분간 보류한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끊임없는 기술혁신 추진과 동시에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경험을 교훈 삼아 경영 전반에 품질 최우선 경영체제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 총수 부재 상황에서 큰 결단 내리기 어려워

이날 주총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은 지금으로써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그 이유로 지주회사 전환 검토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회사의 미래 방향성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한 결단을 내릴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를 뜻한다. 총수가 없는 상태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 부회장 구속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한 갈래였던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의 편·불법과 관련돼 있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 추진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양사의 합병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또다시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 경우 비판적 시각이 비등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법인의 인적분할 때 자사주 의결권의 부활을 막는 상법 개정안 등을 발의해 검토되고 있는 부분도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법률 개정 논의 과정에 지주회사 전환을 할 경우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자사주를 써먹기 위해 법 개정 전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른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 끊임없는 기술 혁신·사업 고도화 추진

권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회사의 지속 성장과 주주 중시 경영을 위해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사업 고도화로 경쟁사의 격차 확대 △소비자의 본원적 니즈 발굴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과 품질 경쟁력 확대 △주주와의 커쨈謳抉?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을 이끄는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경험을 교훈 삼아 경영 전반에 품질 최우선 경영체제를 정착, 시장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신 사장은 경영현안 보고에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한 자릿수 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해 부품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를 재건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브랜드는 안전·품질 최우선 캠페인 등을 통해 최고 품질 이미지를 되살리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도하고 신규 인텔리전트 인터페이스 등의 혁신 기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며 중저가 스마트폰도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능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 사장은 "태블릿, 웨어러블, 액세서리, B2B, 온라인 사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며 2-인(in)-1 중심으로 태블릿 라인업 보강, 웨어러블·액세서리 판매 채널 다양화, B2B 직접 판매 확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영업력 강화 전략을 언급했다.

한편 권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약속한 대로 전년보다 30% 증가한 4조원 규모의 배당,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1분기에 분기 배당을 시행하는 등 연내 균등한 배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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