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樂피플] "마라톤으로 '기적 같은 삶' 찾았어요"

김영아 하나은행 안전관리부과장, 2007년 춘천마라톤서 sub-3로 우승
마라톤 해설위원·시각장애인 마라톤 코치로 활동…'쉼없는 재능기부'

 

마라톤을 통해 ''기적 같은 삶''을 찾았다는 김영아 하나은행 안전관리부 과장. 사진=주형연 기자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내안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됐어요. 달리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모두 날려버리고 긍정 마인드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마라톤의 매력은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품어왔던 아나운서의 꿈을 전혀 연관성이 없는 마라톤을 통해 이루게 된 지금, 저의 삶은 ''준비된 기적''과 같다고 봅니다.”

마라톤으로 ‘기적 같은 삶’을 찾았다는 김영아 KEB하나은행 안전관리부 과장은 2002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현재 하나은행 본점 안전관리실에서 출입통제시스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출입통제시스템 업무의 특성상 많은 직원들을 만나게 되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늘 즐겁고 행복하다.

수많은 운동 중 마라톤과 인연을 맺게 된 김 과장. 2003년 전국 금융인 마라톤대회에서 상금과 함께 도시락을 준다고 해 우연히 참가하면서 15년 동안 마라톤을 하게 됐다고 한다.

마라톤을 시작한지 1년 만에 마라토너들의 꿈인 sub-3(3시간 안에 풀코스 완주)을 단 13초 뒤진 3시간 13초에 들어온 그는 13초의 기록을 줄이기 위해 3년 동안 노력한 결과, 2007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53분 20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루는 김 과장이 마라톤대회에 참석해 출발 전 “건강하게 달리고 오겠습니다. 이날 만큼은 꼭 일등하고 싶어요, 저 일등한 후에 하느님 뜻대로 다리가 쓰여 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는데 옆에서 함께 달리던 시각장애인이 눈에 띄어 2007년부터 그 시각장애인과 10년째 함께 달리게 됐다고 한다.

“10년 전 인연을 맺은 그 시각장애인의 영향으로 시각장애인 마라톤에서 코치를 맡게 됐어요. 제가 함께 달리는 시각장애인이 원래 전국체전 4관왕 금메달을 딴 대단한 인물이었죠. 시각, 청각장애를 모두 갖고 있지만 sub-3을 해낸 분이랍니다. 그런 분이 대장암 3기 말을 이겨내고 현재 다시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이 분이 다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싶습니다”

시각장애인 마라톤 코칭을 해주고 있는 김 과장.
김 과장은 시각장애인 마라톤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 참석하며 역량을 발휘한 결과 2017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88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황영조 감독과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아마추어가 해설위원으로 선정된 것은 보기 드문 일이지만 그동안 김 과장은 다양한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면서 팬클럽까지 결성되는 등 그 명성이 자자해 방송국 및 마라토너들에게도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김 과장은 “동아마라톤 주최 방송국인 채널A가 저에게 모험을 한 것이죠. 아마추어인 저를 믿어준 것에 보답하고자 일주일동안 밤새 참가자들에 대해 공부하며 연습한 결과 황영조 감독과 ‘명품 콤비’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며 이번에 해설위원으로 참석한 것은 ‘준비된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어렸을 적 꿈인 아나운서로 활동하게 된 그는 첫 생방송임에도 불구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이 황영조 감독에게도 기죽지 않고 실감나게 방송을 이끌었다는 방송국 제작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저의 잠재력을 방송국에서 캐치해줘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좋은 기회에서 제 전문성 및 재능을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과장은 “인간은 포유류 중에 유일하게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요.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선물인 거죠”라며 “마라톤은 육체적인 다이어트뿐 아니라 정신적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됩니다. 직장인들이 유독 스트레스가 많은데 마라톤을 통해 해소하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뜨거운 열정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김 과장은 마라톤을 통해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이룬 것처럼 새로운 기적을 맞이할 준비에 오늘도 달릴 준비를 한다. 

2017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88회 동아마라톤에서 황영조 감독과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김 과장.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