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지주 차기 회장은?…김용환 회장 연임 '유력'

‘빅배스’로 그룹 내실 다져…조기 대선 정국 등 ‘낙하산’ 가능성 낮아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로 만료됨에 따라 차기 회장으로 누가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서는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낮아 김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지주는 지난 15일 첫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에 돌입했다. 농협지주 임추위는 사내이사인 오병관 농협지주 부사장과 유남영 비상임이사 및 민상기·전홍렬·정병욱 사외이사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차기 회장 추천은 임추위 개시 후 40일 이내에 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사회와 주주총회 일정 등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이번달말이나 다음달초쯤 내정될 전망이다. 차기 회장으로 추천받기 위해서는 임추위원 5명 가운데 3명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농협지주의 덩치를 크게 키운 임종룡 전 회장(현 금융위원장)의 뒤를 이어 내실을 탄탄히 다졌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지난해 농협지주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3210억원으로 전년(4023억원) 20.2% 줄었다. 그러나 이는 오래 전에 집행된 조선업, 해운업 등의 여신이 부실화된 탓으로 김 회장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오히려 김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과감하게 ‘빅배스(부실채권 정리)’를 단행, 썩은 부분을 완전히 도려내는 성과를 올렸다. 덕분에 농협지주는 지난해 상반기 201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3분기에 즉시 3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실적은 꽤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이 궐석 상태인 데다 조기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현 정국도 김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싣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상 농협지주처럼 정부의 입김이 닿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보은 인사’ 차원에서 정권 말기까지 ‘낙하산 인사’가 내리꽂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대통령이 궐석 상태인 데다 차기 대선이 코앞이라 ‘낙하산’이 내려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연임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 측은 의견 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차기 농협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임 시 임기는 1년이 유력시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연임의 임기는 2년 이내에서 결정된다”며 “여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가 ‘3+1’이나 ‘2+1’로 결정되는 관례를 볼 때 김 회장도 1년이 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김 회장이 연임될 경우 지난 2012년 농협의 신경분리 후 첫 회장 연임 사례가 된다. 신충식 초대 회장은 3개월, 2대 신동규 회장도 1년만에 물러났으며, 임 전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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