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논란 지속…280만건 계약 어쩌나

금감원 '자살 조장' 우려에 생보협회에 약관 처리방안 마련 요청
약관변경명령권·계약 변경 등 논의…현실적으로 방안 채택 어려워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징계 수위를 다시 결정하면서 표면상 자살보험금 논란이 일단락된 듯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인 재해사망 담보를 포함한 280만건의 보험계약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주에 재해사망 담보가 포함된 보험계약과 관련한 처리 대안을 마련할 것을 생명보험협회에 요청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일본의 약관을 잘못 번역해 재해사망 특약 약관을 들여왔다.  해당 약관은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까지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보고 보장해 주는 상품이 약 280만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14개 생보사가 지급을 미루다 끝내 지급한 자살보험금 건수는 약 2980건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보험사 제재를 마무리했지만 약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약관을 그대로 두면 향후 해당 약관을 근거로 자살 시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많이 보험금이 지급되는 문제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자살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생명보험협회는 약관변경명령권 발동과 계약 변경 등 두 가지 방안이 가능한 것으로 봤다.

약관변경명령권은 금융위원회가 보험업법 131조에 따라 보험계약자의 보호와 보험사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약관변경명령권을 발동해 문제가 되는 약관의 조항을 ''2년이 지나 자살할 경우 재해 이외의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로 보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계약 변경은 문제의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바꾸도록 하는 대안이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사실상 두 가지 방안 모두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경제적 원칙에서 어긋나는 약관변경명령권을 사실상 발동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계약 변경 역시 소비자의 동의를 일일이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약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생보협회, 금융당국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는 이번주 주말까지 이러한 방안들을 검토한 뒤 해당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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