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기준금리 1.25% 유지…대내외 여건 불확실

美 금리정책·탄핵정국·가계부채 등도 부담으로 작용

한국은행이 23일 2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8개월째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사진=주형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한은이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연 1.5%에서 1.25%로 하향조정 된 후 8개월 연속 동결됐다.

한은은 이달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세계경제는 회복세가 확대되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월과 비교하면 소비는 심리 위축 지속 등으로 전망 수준을 다소 하회하고 수출과 설비투자가 세계경제 회복 등에 힘입어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내경제 성장세가 완만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대외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 지출,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 네덜란드 총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불확실성도 한은의 동결 전망 근거로 꼽히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새벽에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회의록에서 ‘아주 가까운’ 시일 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위원들의 발언이 포함돼 있다”며 “3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린 만큼 한은이 쉽사리 금리를 변동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내적으로도 탄핵정국, 가계부채 등 문제가 금리 변동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지표만을 고려하면 경기부양책이 필요하지만 상존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약될 것으로 판단돼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금리 변동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 21일 한은은 작년 4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이 134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말(1296조6000억원)보다 47조7000억원(3.7%) 늘었다고 발표했다. 1년 새 가계 빚은 141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2년 가계신용 통계 편제 후 연간 증가액 기준 역대 최대치다.

한은 관계자는 “2금융권이나 기타 금융기관에서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커졌다”며 “비 은행기관은 상호금융이나 새마을금고가 많이 올랐는데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덜 올랐고 규제가 내달부터 적용되다보니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하며 “가계 대출 늘리기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당국은 올 상반기 70개 상호금융 조합을 선별해 특별점검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가계부채의 경우 증가세가 최근 둔화됐으나 수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상회해왔기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은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2월 기준금리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9%가 한은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 응답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세 차례에 걸쳐 예상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하 시 글로벌 자금유출 등이 금리인하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한은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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