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양도담보대출 올스톱…시장 사라지나

공시제도 없어 유통·창고업자가 짜면 금융사는 꼼짝없이 당해
규제 강화하면 중소유통업자 자금난 우려…금감원, 대책 고심

 

동양생명을 비롯한 2금융권 금융사들이 6000억원대 육류담보대출(육담대) 사기사건에 휘말린 가운데 이 사건을 계기로 양도담보대출 시장이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양도담보대출은 담보 등기가 필요 없어 창고업자와 유통업자가 짬짜미를 할 경우 금융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육담대 등 양도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금융사가 신규 대출을 실행하지 않아 사실상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육담대 채권단 관계자는 "모든 금융기관에서 신규대출이 중단된 상태"라면서 "아직까지 사고 수습이  끝나지 않았지만 사실상 시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동양생명 이외에도 HK저축은행, 효성캐피탈, 한화저축은행, 신한캐피탈, 한국캐피탈, 조은저축은행, 세람저축은행, 전북은행 등이 육류담보대출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생명이 3803억원으로 가장 많고 화인파트너스 676억원, HK저축은행 354억원, 효성캐피탈 268억원, 한화저축은행 179억원, 신한캐피탈 170억원, 한국캐피탈 113억원, 조은저축은행 61억원, 새마을금고 29억원, 세람저축은행 22억원 등이다.

이들 금융사의 전체 자산 규모에서 육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으로 비중이 높지 않지만 업계는 이번 사기 사건으로 육담대를 비롯한 양도담보대출 전체의 판매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금융사들 대부분이 이미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육담대의 경우 신규대출과 기한 연장을 지양하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도를 하고 있다"며 "육담대 사기사건 이후로 대출이 실행된 게 없기 때문에 사실상 중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도 "동산담보대출을 다시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금융사 판단이 있다 해도 유통업체와 창고업체와 공모해 사기를 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육담대를 비롯해 이와 유사한 대출형태인 농·수산물담보대출 등 양도담보대출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육류담보대출은 양도담보대출의 하나로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2012년 자금이 부족한 농가나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소, 쌀, 냉장·냉동 보관중인 축·수산물을 대상으로 한 담보대출을 허용한 바 있다.

양도담보대출은 등기 등 공시제도가 없어 담보물에 중복담보가 설정돼 있어도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의 심사 강화, 유통업자나 창고업자의 공모에 의한 중복담보 방지 제도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양도담보대출을 규제하면 중소유통업자 등이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사고 재발 방지와 자금 경색 사이의 접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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