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금융안정 유의하며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경제성장률 전망 2.8%→2.5% 하향조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형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안정에 계속 유의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0월에 발표한 2.8%에서 2.5%로 하향조정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8%로 전망했다.

기준금리가 7개월째 연 1.25%로 동결된 것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시장금리와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는데, 우려사항은 없는지.

“지난해 11월 이후 시장금리와 기준금리 격차가 많이 확대됐다. 하지만 그전에 금리 격차가 많이 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지금의 국고채 3년 물과 기준금리의 격차를 보면 과거 평균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경기에 대한 전망,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글로벌 시장금리, 채권 시장에서의 수급 등이 있다. 시장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는 특정수준으로 한정지을 수 없다. 사실상 격차가 벌어진다 해도 격차가 확대된 원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그런 격차가 단기간 내 급속히 확대되거나 축소되면 중앙은행으로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내 잠재성장률을 재추정할 계획은 있는지.

“2015년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정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수년간 성장률이 2%를 유지하고 있고 통계청에서도 인구추계를 새로 발표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사국에서 잠재성장률 재추정을 고려하고 있다. 연구 결과가 마무리되면 다시 말씀 드리겠다.”

-올해 미국 달러화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환율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조심스럽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를 보면 올해 중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고, 새로 출범하는 신정부의 재정확대 등으로 신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달러화는 당분간 강세기조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외환보유액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지.

“최근 3개월간 한은 외환보유액은 67억달러가 감소했다. 주된 요인으로는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 이외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것을 꼽을 수 있다. 현재 3700억달러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통화정책방향에서 하방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많이 빠졌는데, 이유는?

“이번 달부터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 많이 바뀌었다. 경제전망의 연계성을 높이고 통화정책에 대한 시그널 강화,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긴 시계로 설명하는 등 서술의 시계도 많이 바뀌었다. 이번 달에는 전망에 대한 내용을 의결문에 많이 담았다. 모든 부분을 감안해서 전망을 담았기 때문에 굳이 하방리스크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상·하방 리스크가 균형 있는 상태라고 전망하고 있다.”

-향후 유가 전망은?

“유가를 전망할 때 전문연구기관의 시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판단하고 있다. 올해 유가는 변수가 많다. 감산합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유가 상승에 따른 대체 에너지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유가는 감산합의 이행여부가 불확실성이 있지만 연중 평균 50달러 초반으로 보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견해는?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신정부의 경제 정책방향에 대한 예상 변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횟수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 환율이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했을 때 유독 변동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원화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신흥국 대형수단으로 활용되는 것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 되면 경제주체들의 소비, 행위 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으로서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쏠림현상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소비심리와 지표 간의 괴리가 있는 것 아닌가

“소비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번에 전망수치를 낮췄지만 수요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를 조정하는 폭이 컸다. 주로 성장률 하향조정의 주된 요인은 민간소비인데, 최근 지표가 호조를 보인 것은 정부정책 효과도 있다고 본다. 실제 소비심리와 지표의 차이는 당초 우려했던 것 보다 괜찮은 편이지만 소비심리가 상당히 호조를 보였다고는 볼 수 없다. 국내적 정치적 불확실성과 구조조정 진행에 따른 고용사정의 개선이 취약한 부분 등이 작용해 소비심리를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비심리까지 낮아진 것을 배경으로 해서 수정전망에 반영했다. 소비심리를 증폭시키는 것이 경제 정책에서 중요한 과제라는 것에 변함없는 의견을 갖고 있다.”

-기업심리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의견이 많은데.

“최근 기업 결산 상황을 보면 실적이 나쁘지 않다. 기업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낮은 원자재 가격에 대한 혜택과 반도체를 비롯한 IT업황 호전, 환율 상승 영향 등이다. 기업들이 지난해 자구노력을 열심히 한 것도 수지 상황을 개선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하지만 기업심리를 조사해보면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기업심리가 위축됐다고 생각한다. 기업심리의 위축이 지속되면 투자와 고용을 통해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와 가계부채와의 상관관계는?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정부정책이 큰 영향을 줬다. 부동산 대책, 대출규제 심화 등이 있다. 그러한 정부의 미시적인 대책과 금리대책이 가계에 영향을 줬지만 정량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물가 상승률이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2% 넘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지만, 평균 2.8%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유가다. 유가가 완화되면 수요 면에서 물가를 끌어올릴 만큼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고 본다.”

-스테그플레이션 오는 것은 아닌지.

“물가 상승률이 연간 2.5%대지만 하반기에는 성장 속도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뵀劉輪첨뮌抉퓽繭箚?평가할 수 없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보다 많이 낮춘 것 아닌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일각에서 제로성장,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안다.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서 보면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볼 순 없다.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소폭 성장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한 배경을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대내외 여건이 급속히 바뀌었다. 미국 대선 이후의 시장금리 상승, 미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 미국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변화 등 심리 위축을 반영해 전망치를 낮췄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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