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 권장하 대표 "국산 커피기계도 경쟁력 충분"

편리한 조작·낮은 가격 통해 커피숍 효율성 극대화
동남아 등 해외 시장 공략 추진도

 

커피전문점이 5만개까지 늘어나는 등 국내 커피 시장이 꾸준히 커가고 있지만, 국산 커피 기계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일찌감치 커피문화가 발달한 이탈리아, 스위스 및 미국에서 제작된 커피 기계가 국내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권장하 미스터커피 대표(62)는 국산 커피 로스터 및 에스프레소 기계를 개발, 판매에 나서며 외산 기계 일색인 커피기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인물이다.

1980년대부터 30여 년간 커피를 연구해 온 그는 국내 1세대 바리스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1989년 회사 설립 이후, ''미스터커피''란 이름의 커피 가맹점 사업을 통해 원두커피를 국내에 알리고, 이후 부스형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프리덤 오브 에스프레소''도 개점했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기계 브랜드 화이마(FAEMA) 등의 공식 수입사 자격도 얻었다. 1999년엔 국내 최초로 전문 바리스타 과정을 개설하며 커피 문화 확산에도 관심을 쏟았다.

권장하 미스터커피 대표(사진)는 30여년 간 커피를 연구해 온 인물이다. 그는 해외 유명 브랜드에 견줘 브랜드력이 떨어지더라도 조작의 편의성, 합리적 가격 등을 갖춘 국산 기계라면 커피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진=오현승 기자

18일 서울 독산동 소재 미스터커피 본사에서 만난 권 대표는 성능 좋고 다루기 편리한 커피 기계를 합리적인 가격에 보급하는 게 최우선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말 선보인 전자동 에스프레소 추출기계 ''브로우보이''다. ''브로우보이''는 전자동 에스프레소 기계로, 지난해 3월 특허청에 특허 등록도 마쳤다. 권 대표는 "이탈리아 회사의 제품 등은 브랜드력이나 업력만으로 승부하려는 경향을 띠는데, 오히려 품질면에선 이들 제품과 어깨를 견준다"고 자신했다. 

직원수 10명, 연매출 30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인 미스터커피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는 "''브로우보이''의 성능을 선보이고자 커피 관련 전시회에서 무료 커피제공 이벤트를 통해 하루에 750잔씩 4일 연속 뽑았지만 기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제품 출시 1년 정도는 시장의 검증을 받는 기간으로 보는데, 아무리 많은 커피를 뽑아도 5년에서 10년까지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브로우보이''는 국제특허출원(PTC)을 준비 중으로 내달 ''서울카페쇼'' 등에서 선보일 에정이다.

조작이 편하다는 점도 ''브루우보이''의 장점이다. 이 에스프레소 기계는 9바의 정확한 추출압력과 별도의 스팀밀크 분출기능이 특징이다. 권 대표는 "''브로우보이''는 간단히 버튼만 누르면 된다는 점에서 다루기 쉽다"며 "일반적인 커피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기 힘든 노인, 다문화가정 및 장애인도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문화시설 등에서 바리스타로서 활동할 수 있는 폭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이보다 앞서 3년 전엔 커피숍 전용 전자동 커피로스터 ''로스트보이''를 선보였다. 종전 로스터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데다, 제연기를 세트화했다는 점에서 로스팅 시 냄새, 분진에 따른 민원 발생가능성이 없다. 그는 "대형 커피전문점보다는 은행 점포, 사무실, 대형음식점 및 교회 등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며 "커피 매장주인으로선 원두 구매를 원하는 고객에게 갓 볶은 커피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커피 기계의 개발 배경엔 ''커피는 손쉽게 판매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담겨 있다. 자신만의 커피맛, 볼거리, 커피문화 등 아티스트적 마인드로 커피에 접근하는 이들은 분명 존경받을 만하지만, 일반 커피매장 운영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권 대표는 오히려 인건비 절감, 기계 조작의 편의성 등의 가치를 우선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브로우보이''와 ''로스트보이''는) 혼자 운영해도 될만큼 고객 및 영업장 관리에 수월하다. 10분이면 조작 교육도 끝난다"며 "로스팅, 블렌딩 및 추출 등 맛이 일정하다는 측면에서 일반 판매장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론 커피를 볶고 내리는 과정을 쉽고 균일하게 진행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향후 토스트기계 및 그라인더 등 ''보이 시리즈''를 내놓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해외 시장의 문도 적극 두드리고 있다. 현재 국내 100여군데 설치된 ''로스트보이''는 필리핀, 싱가포르, 두바이 등에 이미 수출을 시작한 상태다. ''브로우보이'' 역시 필리핀에 첫 수출을 진행했다.

특히 필리핀 시장 진출과 관련, 미스터커피 기술진을 현지에 파견하고  현지 관계자를 국내로 초청해 기술교육을 진행하는 등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권 대표는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