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대출 제한…'가계대출 옥죄기' 본격화

보금자리론 주택 가격 9억원→3억원 이하 하향조정

연소득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만 적용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신규 공급을 올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하는 등 적극적인 대출 규제에 나섰다.

이는 8.25가계부채 관리방안에도 불구,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줄지 않자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자, 주택금융공사 정책상품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9일부터 올해 말까지 보금자리론 상품 대출 대상 주택 가격을 9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낮춘다고 16일 밝혔다. 대출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기존에는 별도 제한이 없던 연소득도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일 때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으로 신청해 금리가 0.1%포인트 낮아지는 금리 우대형 상품인 ‘아낌e 보금자리론’ 판매는 아예 중단했다.

보금자리론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만든 정책금융 상품으로 10~30년간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설계한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무주택자나 주택 취득 30년 이내인 1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는 현재 연 2.5%(10년)~2.75%(30년)로 시중은행보다 낮다.

최근 6~8월 동안 판매된 보금자리론은 5조3090억원으로 같은 기간 은행 주담대 증가액인 16조6000억원의 30% 수준에 달했다. 공식집계가 끝난 8월 기준 올 판매액이 9조4190억원인데 9월 판매액 역시 8월(2조1000억원)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금자리론 대출 요건이 이처럼 까다로워지자 앞으로 당국이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규제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금공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은 가계부채 고삐를 죄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은행의 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서민금융정책이 혼선을 빚으면 금융시장 질서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당국이 맡아야 할 역할은 제한적이어야 함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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