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로스팅은 커피맛의 핵심"

윤성용 카페베네 매니저
10여년간 로스팅 담당, 열풍로스팅으로 대량 공급
정기적 로스터 유지보수로 균일한 품질의 커피 생산

 

윤성용 카페베네 매니저. 사진=오현승 기자

로스팅은 커피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과정 중 하나다. 커피 원산지를 표시할 때 커피콩을 재배한 곳이 아닌 로스팅한 곳을 원산지로 봐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만 봐도 그렇다. 커피 로스터의 역할은 양질의 커피콩을 재배하는 농부나, 커피를 뽑는 바리스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커피 프랜차이즈업계에선 커피 로스터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수많은 매장으로 유통하는 대량의 생두를 균일하게 볶는 기술이 핵심이다. 커피 로스터는 대형 장비를 안전하게 다루하고 결점두를 최소화하면서 계절에 따라선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로스팅 방식을 일부 조정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윤성용 카페베네 매니저는 10여년간 로스팅만 담당해온 전문 로스터다. 윤 매니저는 "같은 생두라도 로스팅 정도와 방식에 따라 커피의 맛은 확연히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량 로스팅에 적합한 열풍 로스팅 방식을 소개하면서 로스터를 정기적으로 유지·보수하는 게 원두의 품질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라 설명했다. 지난 22일 카페베네 1호 매장인 서울 천호점에서 윤 매니저를 만나, 커피 로스터의 주요 업무, 로스팅 특징과 품질 유지 방법 및 로스팅 과정의 에피소드 등을 들어봤다.

◇"로스팅 과정은 스테이크 굽기죠"…취향 따라 선호맛 달라

윤 매니저는 지난 2007년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한 커피전문점에서 로스팅 업무를 처음 접했고, 지난 2010년부터 7년째 카페베네에 몸담고 있다. 카페베네의 중곡동 및 하남 로스팅 시설을 거쳤고 지난 2014년 양주 로스팅 공장을 세우는 과정도 맡았다. 당시 그는 양주 로스팅 공장의 디자인 설계까지 담당하는 등 로스팅 관련 핵심업무를 경험했다.

그는 커피 로스팅을 스테이크 굽기에 비유했다. 스테이크가 레어에서 웰던까지 굽기에 따라 맛과 질감이 달라지듯, 생두 또한 로스팅 정도에 따른 원두 맛의 변화가 다양해진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로스팅 정도가 약하면 신맛이, 강하면 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윤 매니저는 이어 2년 전 바뀐 카페베네의 로스팅 정도에 대한 설명으로 주제를 옮겨갔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는 로스팅 정도를 △익스트림라이트 △베리라이트 △라이트 △미디엄라이트 △미디엄 △미디엄다크 △다크 △베리 다크 등 8단계로 구분하는데, 카페베네는 종전 미디엄 수준이던 로스팅 정도를 미디엄다크로 한 단계 높였다. 윤 매니저는 "카페베네는 6단계 수준인 미디엄다크로 로스팅한다. 과거에 비해 조금 더 다크한 느낌을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매니저는 자사의 열풍 로스팅과 ''선(先)로스팅 후(後)블렌딩'' 방식의 장점을 소개했다. 열풍 로스팅의 시간당 생산량은 약 9배치(1배치당 약 100kg) 에 이른다. 기존 드럼식 로스터의 2~5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약 12~20분 걸리는 로스팅 시간을 약 6~7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로스팅 과정상 수분 손실율이 약 20%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시간당 740kg 가량의 원두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나치게 빠른 로스팅 탓에 생두의 수분이 달아나는 단점도 있다. 윤 매니저는 이와 관련, "로스팅 후 냉각 과정에서 미세한 수분 입자를 로스터기 위에서 뿌리는 ''워터퀀칭(Water quenching)''작업을 통해 수분 손실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워터퀀칭은 원두가 너무 마르게 되면 분쇄하는 과정에서 일정하게 갈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이다.

로스팅 진행 과정. 사진=카페베네.


''선로스팅 후블렌딩''방식에 대해선, "로스팅을 거친 후 블렌딩을 진행하는 게 원두 고유의 맛을 살리는 적합한 방법"이라고 윤 매니저는 강조했다. 

블렌딩은 각기 다른 품종의 원두를 최적의 배합으로 섞는 과정. 그는 종류가 다른 생두를 각기 먼저 로스팅한 후 블렌딩하면, 커피 산지나 고도 등에 따라 생두 밀도나 수분 함유량이 다른 생두의 품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팅을 먼저 진행하는 건 카레 요리로 치자면 감자, 당근, 양파 등 각기 다른 식재료를 익는 순서에 따라 각기 따로 볶아 합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쉽다"고 부연했다. 즉 카레 요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익는 속도가 다른 감자와 양파를 각각 따로 볶아야만 원재료 고유의 맛을 풍부하게 살릴 수 있듯, 로스팅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란 얘기다. 카페베네는 이렇게 로스팅한 원두를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캄보디아, 대만, 몽골,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10개국에 수출한다.

로스팅 품질을 높이는 다른 방법은 또 없을까. 윤 매니저는 주저없이 로스터 유지보수를 꼽았다. 그는 "로스팅 기계가 워낙 고가인 것도 있지만, 로스터를 꼼꼼하게 유지보수하는 게 높은 품질의 원두를 생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윤 매니저는 4일 로스터를 가동하면 이후 기계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 후 정비에 나선다. 또 매 6개월마다 로스터기의 배기를 청소하는데, 이는 로스팅 시 발생하는 은피(실버스킨)가 배기의 흐름을 방해해 로스팅 품질을 떨어뜨리는 걸 막는 정비 과정이다.

로스팅 기계의 소리 패턴을 체크하는 것도 윤 매니저가 매일 아침 거르지 않는 일. 그는 "로스터기는 많은 모터들의 구성으로 모터의 가동소리, 기계축이 돌 때 특징적인 소리의 패턴에 집중한다"며 "높은 음역대의 모터 소리는 장비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뜻하는데, 이를 통해 모터 압력 등의 정상 여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전 위한 자격증 필수…홈로스팅은 자신 입맛 맞게

고온의 장비를 다룬다는 점에서 커피 로스터는 결코 만만한 업무가 아니다. 특히 양주 로스팅 공장 완공 전 중곡동 및 하남 공장 시절엔 실내 온도가 48도까지 올라가는 악조건 속에서 로스팅을 진행해야 했다. 윤 매니저는 "30도 중반까지 올라간 바깥 온도가 오히려 더 시원할 정도"라며 "고온의 로스터 옆에서 업무를 해야 하다보니 끊임없이 물을 마셔야 탈수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榴?이어 "워낙 땀 배출이 많다보니 검정색 유니폼이 땀에 젖어 하얗게 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세워진 양주 로스팅 공장에선 공장 배기시설과 에어컨 등 근무환경이 갖춰져 일하기가 편해졌다.

로스팅 장비는 가스를 이용한 설비이기 때문에 이를 다루기 위해선 가스안전관리자격 보유도 필수다. 이 자격은 원두의 생산량에 따라 가스를 사용하는 양이 다르듯 공장설비에서 사용되는 가스 양에 따라 설비의 기준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대형 공장에서 장비를 돌리기 위해선 없어선 안 된다. 그는 "로스팅은 가스와 불의 열기, 기계의 회전하는 힘을 이용해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순간의 실수가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어 늘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커피마니아 사이에서 관심을 끄는 홈로스팅 대한 조언도 건넸다. 윤 매니저가 추천하는 홈로스팅 방식은 수망로스팅. 수망로스팅은 말 그대로 수망을 활용해 로스팅하는 방식으로, 생두를 수망에 담은 후 채 형태의 뚜껑을 덮어 굽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는 "프라이팬을 활용한 로스팅은 프라이팬이 달궈지는 시간 및 프라이팬 자체의 무게 때문에 초보자로선 쉽지 않은 방식"이라며 "수망로스팅은 열기가 생두에 직접 닿는다는 점에서 불 세기 조절 또한 수월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생두 내·외부를 골고루 익히는 게 중요한데, 약한 불로 천천히 로스팅을 진행해야 좋은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며 "색깔이 구워지는 정도에 따라 연초록색에서 노란색, 연갈색, 갈색, 짙은 갈색, 검정색으로 점차 변화하는데, 갈색과 짙은 갈색 사이를 추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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