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성과연봉제 도입에 금융노조 총파업 '초읽기'

10만여 조합원 19일 총파업 찬반투표 진행…20일 결과 발표
사측 "효율성 증대위해 불가피"…노측 "쉬운 해고만 유발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수협중앙회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9개 금융공기업에 이어 시중은행과 금융유관기관까지 성과주의 확대를 추진하면서 노사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측은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 성과연봉제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지만, 노측은 “성과연봉제는 ‘쉬운 해고’의 발단이 될 것”이라며 결사반대 입장을 취해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19일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35개 지부는 일제히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10만여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전국 1만여 점포 및 분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찬반 투표를 했다. 투표는 오후 6시에 종료되고, 결과는 20일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총파업 찬성표가 압도적일 것이며 90% 이상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11일 금융노조가 신청한 조정에 대해 조정중지를 결정해 이날 투표에서 총파업 찬성으로 결론날 경우 금융노조는 즉시 총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금융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조합원들이 집행부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사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는 최근 성과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까지 차이나는 내용의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연봉 차이를 관리자는 30%, 일반 직원은 20% 이상으로 확대한 뒤 이를 다시 40%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시중은행의 성과연봉 격차는 적어도 금융공기업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일선 은행장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각 금융그롭 최고경영자(CEO)들도 같은 의견막?알려졌다. 

하 회장은 전날 은행연합회를 항의 방문한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에게도 “금융산업의 대내외 환경 악화를 고려할 때 성과연봉제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권 종사자들이 고액 연봉을 누리는 반면 그만한 생산성을 내는지는 의문”이라며  “개개인의 성과만큼 임금을 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효율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차별해야 업무 효율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은행의 영업이익이 연 평균 4% 줄어든 반면 인건비 등 판관비는 거꾸로 연 평균 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측은 “성과연봉제는 효율성 증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쉬운 해고’만 유발할 것”이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이 어려운 시기에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노사갈등을 유발해 금융권에 해악만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로 찍힌 직원들을 해고하는데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객관적인 성과평가지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무리한 성과주의 확대는 은행원들에게 성과만 쫓게 만들어 조직 문화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양자 간의 의견 차가 확연함에 따라 금융 노사간 정면 충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노조는 이미 지난 18일부터 은행회관 1층에 ‘해고연봉제 가이드라인 폐기, 사측 단협 안건 철회’를 요구하면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또 20일 투표 결과를 발표한 뒤 은행회관 1층에서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총파업 시기는 오는 9월로 예정됐으며, 총파업을 비롯해 하반기 총력투쟁을 준비 중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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