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3년내 132개 비금융 자회사 전부매각

연내 46개사→내년 44개사→2018년 42개사
2021년까지 인력 10% 감축…지점 8곳 폐쇄

KDB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사진=KDB산업은행
KDB산업은행이 비대해진 몸집을 줄여 산업·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선다. 오는 2018년까지 3년 내에 132개 비금융출자회사를 전부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구조조정 실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조직 슬림화도 단행된다. 산업은행의 인력은 2021년까지 현 정원의 10%가 단계적으로 감축된다. 지점수도 당초 2020년까지 8곳을 축소할 계획이었으나, 조직효율성 제고의 시급성을 감안해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23일 여의도 본점 동관 7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는 ‘KDB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이슈로 인해 산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를 받아들여, 산은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책금융기관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6대 혁신과제를 설정·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DB 혁신 추진방안. 자료=KDB산업은행
◇ 3년간 비금융자회사 집중매각…연초계획보다 속도 높여

산업은행은 전체 132개 비금융출자회사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집중매각에 들어간다. 올해 안에 46개사를 처분하고 내년 44개사, 2018년 이후 42개사를 각각 팔기로 했다. 연초 수립한 ‘2016년도 업무계획’에 따른 매각계획(36개사)에 비해 10개사가 늘면서 출자회사 정리 속도를 높였다.

132개 출자회사를 팔아 마련된 자금은 조선·해운업 등 산업구조조정 ‘실탄’으로 활용된다. 특히 지난 2월 설치된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통한 출자회사 관리가 강화된다. 출자회사관리위원회는 9인의 위원 중 6인을 사외이사 및 외부전문가로 구성했으며, 사외이사·외부전문가가 공동위원장(2인)을 수행한다.

산업은행은 “출자회사관리위원회에서 연간 출자회사에 대한 출자 및 매각계획을 수립하고 주요 출자회사에 대한 업무협약(MOU) 체결, 실적평가, 건전성 등 체계적 관리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중소·벤처주식은 개별매각에서 공개 일괄매각으로 전환하고, 매각이 가능한 출자회사는 최대한 조기매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인력과 조직 쇄신을 통한 ‘슬림화 경영’이란 자구계획도 내놨다. 인력의 경우 2021년까지 현 정원의 10%를 단계적으로 줄이며, 지점 수 역시 2020년까지 8곳을 폐쇄(82개→74개)한다는 본래 일정을 단축할 예정이다.

성과주의 도입에 따라 직무부여·평가·보상 등 인사관리 전반에 대해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체제를 전환함과 동시에 기업구조조정, 산업재편, 미래 신(新)성장 지원 등 다양한 정책금융 수요에 적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직운영의 효율성도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재편 지원을 위한 산업분석 연구기능의 강화를 향후 조직개편 시 반영한다. 현재 조사부를 확대·개편해 산업재편 및 미래성장 동력지원을 위한 분석기능을 강화하고 ‘씽크 탱크’(Think Tank)로 육성하는 한편, 경기변동에 따른 취약업종 조기선정 등 ‘와치 독’(Watch dog) 역할의 충실한 수행을 위한 연구기능을 강화한다.
KDB 혁신 추진방안. 자료=KDB산업은행
◇ 감사원 감사결과 수용…모든 자회사에 시스템회계분석

산업은행은 지난 15일 감사원 감사결과를 수용해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출자목적이 달성된 기업은 신속하게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경영정상화 완료기업 또는 상장·인수합병(M&A)이 가능한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해서는 매년 매각추진계획을 세운 뒤 출자회사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각한다. 또 경영관리단의 업무수행 공정성 및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단 파견직원의 자격기준을 만들고 정기평가를 통해 관리단 운영의 효율화를 꾀한다.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 등 리스크관리 업무도 개선된다. 2004년 3월 금융감독원의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규정 신설에 따라 국내은행들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산업은행도 2006년 4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정부와 산은이 각각 또는 합계해서 과반수 출자한 기업의 경우 이사회 안건 검토, MOU 체결을 통한 분기별 경영실적점검 등 일반기업보다 더 엄격한 사후관리를 적용하고 있어 분석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이런 기업들도 포함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앞으로 산업은행은 투자기업 심사 때마다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감사결과에 따른 인사 조치와 관련, “감사원 처분 요구서 내용에 대해서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며, 구체적 조치는 검토 중에 있다”면서 “다만 검찰수사 중인 대우조선해양 연관 사안 등에 대해서는 수사 진행상황 등을 보아가며 적의조치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DB 혁신 추진방안. 자료=KDB산업은행
◇ KDB혁신위원회 신설…9월말까지 전면혁신로드맵 마련

이날 산업은행이 인사·조직·업무 등 조직 전반의 혁신을 바탕으로 정책금융 수행 역량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개한 ‘KDB 혁신 추진방안’을 보면, 6대 혁신과제를 설정하고 차질 없는 수행을 위해 ‘KDB혁신위원회’가 신설된다.

‘KDB혁신위원회’는 명망 있는 외부인사, 전문기관이 참여해 산업은행에 대한 객관적 외부 시각과 의견을 수용하고 조직·업무프로세스 전반을 진단해 전면적인 혁신 로드맵을 9월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6대 혁신과제로는 △구조조정 역량 제고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출자회사 관리 강화 △여신심사 및 자산포트폴리오 개선 △성과중심의 인사·조직 제도 개선 △대외소통·변화관리 강화가 선정됐다.

외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을 신설해 구조조정 업무와 관련된 객관적·전문적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인다. 자문단에는 산업별 전문가, 학계 전문가, 구조조정 전문가, 회계·법률 전문가 등 광범위한 전문가 풀(Pool)로 구성된다.

이 자리에서 이동걸 회장은 “이번 추진방안은 산업은행 혁신에 대한 국민과 여론의 요구를 변화의 계기로 삼아 전면적인 혁신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책금융기관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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