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법정관리 후폭풍…추가 충당금 2조 넘어

여신 가장 많은 산은·수은 자본확충 '발등의 불'
농협은행 작년 이어 올해도 영업실적에 악영향

 

STX조선해양이 결국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됨에 따라 금융권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선 채권은행들은 대규모 손실처리가 불가피해져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그에 따라 올해 채권은행의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또 지난 3년간 4조5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하고도 결국 대규모 영업손실로 법정관리로 전환하는데 따른 관리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또 STX조선 채권단의 주축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어서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막연한 과제가 아닌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현재 STX조선에 채권은행의 여신규모는 대출과 지급보증을 포함해 총 5조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3조원이며, 수출입은행 1조3500억원, 농협은행 7700억원으로 세 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현 상태로는 회생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만큼 현재의 여신규모 전액이 손실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심은 채권은행들이 기존에 쌓은 대손충당금 외에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이 어느 정도인가인데,  채권단은 2조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만큼을 올해 대손비용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은행들의 영업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산은과 수은은 국책은행으로 기간산업에 정책적으로 여신을 제공했다 치더라도 농협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TX조선에 ''발목''이 잡혀 영업실적이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 검토 발언을 한 바 있다. 

반면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이미 STX조선 채권단에서 빠져 나왔거나 남은 채권이 소규모에 불과해 STX조선의 법정관리에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올 4월 현재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비협약채권이 2000억원으로 금융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단의 여신규모에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약 1조2000억원의 선수금환급보증(RG) 대납문제도 남아있다. RG는 선주들이 배 건조에 필요한 선수금을 지급하면서 배가 완성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환급을 보증하는 것인데 법정관리가 갈 경우 이중 상당금액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해운시장이 안 좋아 배를 인도받아도 마땅히 굴릴 곳이 없으므로 선주사들이 투입한 돈을 돌려 달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DB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사진=KDB산업은행

산업은행은 RG 대납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현재 건조하고 있는 52척의 선박을 정상 건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계속기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감한 인적·물적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작년말 이후 신규 수주가 거의 없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자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법정관리로 전환을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울러 STX중공업 등 관계사의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금융당국과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STX조선이 자율협약 돌입 38개월 만에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법정관리의 길을 밟게 됐지만,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는가는 논란거리다. 채권단은 공동관리 이후 38개월 동안 4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STX조선은 2013년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820억원의 손실을 냈다.

STX조선이 채권단 관리 하에 있었던 만큼 채권단, 그 중에서도 산은이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산은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 나아가 정부까지로 책임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위는 지난달 산업구조조정 정책을 발표할 때까지도 STX조선을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채권단은 지난해 말 추가로 4000억원을 지원하고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채권단은 올해 하반기 이후 실적전환(턴어라운드)이 가능할지 등을 살펴보고 처리 방안을 재검토할 계획이었으나, 올 들어 신규 수주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정을 앞당겨 재실사를 진행했다.

산은은 “자율협약을 개시했을 때보다 선박 수주 규모가 크게 감소했고, 지난해 말 이후 신규 수주가 없어 현재의 경영 위기를 해소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선가 하락으로 고정비가 증가해 지금의 인적·물적 구조로는 영업이익을 창출하기 곤란했다”고 재실사를 서두른 배경을 해명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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