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미정 푸른살림 대표 "가난으로 추락하지 않는 법은…"

지출예산 배정 변경 등 '삶의 재배치' 필요

박미정 푸른살림 대표가 서울 반포동 삼산기념문화센터 내 창업센터에서 교육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네요. 술값도 그렇지만 늦게까지 회식하다가 택시 타고 아침에도 또 택시 타고… 쥐꼬리만한 봉급에 생활은 어떻게 할 건가요"

영락없이 부인에게 남편에게 바가지 긁는 소리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누구의 부인이 아닌 박미정(42) 푸른살림 대표다. 대화 상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한 여성 직장인이다.

11일 서울 반포동 삼산기념문화센터 내 창업센터에서 만난 박 대표가 하는 일은 경제교육이다. 금융사나 재테크 전문가들이 친절하게 알려주는 ‘부자 되는 법''이 아니다. 반대로 ‘가난으로 떨어지지 않는 법’을 가르친다.

그것도 상담대상자의 생활에 깊숙이 개입하는 방식이다. 상담 현장이 바가지를 긁는 것처럼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푸른살림은 경제교육을 목표로 한 협동조합이다. 경제교육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서는 처음 설립됐다. 여기에는 경력 단절녀, 은퇴한 금융회사 직원, 전 한국은행 국장 등 14명의 조합원이 함께 한다.

푸른살림은 2014년 9월 설립 이후 1년5개월 만에 수백 건의 강연과 상담, 집단교육을 하면서 경제교육 및 복지교육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난으로 떨어지지 않는 법''을 재테크의 모토로 삼은 새로운 시각은 시대 흐름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중산층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중산층이지만 실제로는 차차상위 혹은 차차차상위계층으로 빈곤층에 가까워진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대부분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40%가 여기에 속한다는 ? 박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이들 계층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돈 관리능력 부족''을 꼽았다.

보험회사 설계사와 보험GA(대리점)에서 웰스매니저를 경험했던 그는 "서민들에게는 거창한 금융포트폴리오보다는 돈 관리가 필요하다"고 현장경험을 토로했다.

"은행 잔고는 마이너스이면서도 펑펑 써대는 소비행태는 반드시 지양해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 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돈이 있는 것입니다. 부자이면서 버스 타고 콩나물 값도 깎는 지독한 노인들을 보고 손가락질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그렇게 절약했기 때문에 부자가 됐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현금 위주로 생각을 하고 상담방향을 잡아간다는 점은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금융결제 수단이 다양하고 매우 편리해 돈 관리능력이 부족할 경우 소득 이상으로 지출하는 과소비로 이어지기 쉽다. 그로인해 많은 서민들이 신용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된다는 논리다.

박 대표에게 서민들이 빈곤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자 "자신의 지출 예산에서 배정을 크게 바꾸고 동기부여를 통해 뼈를 깎는 ‘삶의 재배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박 대표는 나이에 비해 매우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1998년 IMF 세대로 사회에 첫 발을 뗐다. 이후 문화기획단체와 하이텔, 청소년잡지 에디팅, 벤처기업 CRM 마케팅 담당, 영화사 수입업무, 극장 홍보마케팀장, 보험회사 설계사, GA 웰스매니저, 소규모 컨설팅회사 운영, 여성단체 상담센터장 등 10여개의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박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이 결코 자원봉사가 아니라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조합의 소득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정도의 대가를 받으며 활동하고 싶다"며 "우리 조합도 가난해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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