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가시화…후폭풍 발생할까

중국 경기 둔화·신흥국 불안 등 리스크 산재

금융당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금융시장에 대한 총체적 점검 태세에 들어간 것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견된 이슈라고 하더라도 금융시장의 어느 한 곳에서라도 ''누수''가 발생한다면 그 충격이 다른 곳으로 전염될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다.

특히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부실이 잇따라 드러나면 금융시장에 예기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신흥국발 불안이 커지면서 이미 완만한 순유출 경향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내외 불안요인에 편승해 유출 속도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많아 불안심리를 키울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美 내달 금리 인상 유력…2006년 이후 9년 6개월만

금융시장과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달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전문가를 상대로 한 최신 조사에서 12월 금리 인상 확률이 92%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초 조사 때는 이 확률이 64%에 그쳤다.

18일(현지시간) 공개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의 위원은 12월이면 금리 인상을 위한 경제 여건이 조성될 것이란 평가를 내렸다.

다음날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12월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시장의 12월 인상 전망을 확신으로 바꿨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정례회의가 내달 15∼16일로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시점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처럼 충분히 예견된 이벤트이고 시장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왔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면 그 파급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모리스 옵스펠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연준의) 행동(賻?인상) 위험이 엄청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분명히 금리를 동결하는 것보다는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도 연준의 내달 금리 인상이 주식과 채권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연준은 2006년 6월 정책금리를 연 5.0%에서 5.25%로 한 차례 올린 이후 금리를 동결해오다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먹구름이 짙어지던 2007년 9월 이후 금리를 급격히 내린 바 있다.

2008년 12월부터는 정책금리를 0∼0.25%로 유지하면서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펴왔다. 12월에 금리를 올리면 사실상 9년 6개월 만의 인상인 셈이다.

◆ 외국인 자본유출 이미 시작…당국 "급격한 유출 가능성 적어"


미국 금리인상으로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이다. 1998년과 2008년 양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생긴 ''트라우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시작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신흥국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유출 규모는 570억 달러로, 작년 285억 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신흥국 시장의 자금 순유출액이 5천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도 자금유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6∼9월) 중 외국인의 국내채권 보유잔액은 4조1천억원 감소했다.

특히 7월에는 감소폭이 2조6천억원에 달해 유로존 재정위기 영향을 받았던 2012년 9월(-2조8천억원)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앞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발생한 2013년 8∼12월에도 국내 외국인 보유채권 잔액이 5개월간 8조2천억원이나 줄기도 했다.

외국인 주식자금도 비슷한 유출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은 10월 한 달을 제외하고 지난 6월 이후 매달 상장주식을 순매도했다.

상장주식 전체 기준으로 순매도액은 6월 3천890억원, 7월 2조2천610억, 8월 3조9천440억, 9월 1조8천220억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도 코스피 상황만 보면 20일 현재 9천400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 누적순매수를 보면 코스풔?6천536억, 코스닥은 -6천974억원으로, 양대시장을 합하면 지난주를 기점으로 누적분이 순매도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최근처럼 완만한 속도의 자금 유출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을 고려할 때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고치로 올린 것 등이 그 근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신흥자원국의 자금 회수로 평가된다"며 "장기투자자가 주를 이루는 국내 외국인 채권투자자의 성격과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을 고려할 때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경향을 보일 것이란 게 다수 전문가의 예상"이라고 말했다.

◆ 회사채시장 양극화 심화…기업 자금경색 우려

미국 금리인상 예고의 여파는 외국인 자금이동 외에도 국내 금융시장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회사채 시장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 시장 양극화가 심화한 데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로 시장이 경색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용등급별로 무보증 일반회사채 발행 추이를 보면 시장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2∼2014년 연간 신용등급 BBB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건수는 각각 99건, 57건, 27건으로 줄었다. 이들 회사채가 전체 발행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7%, 13.7%, 6.8%로 축소됐다.

올해 1∼9월에는 16건(4.8%)에 그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21건, 7.3%)보다 감소했다.

그나마 BBB 이하 등급인데도 발행에 성공한 곳은 대기업이 대부분이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은 줄을 잇고 있지만 수요 예측 과정에서 매각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미매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수요 예측에서는 AA-등급인 한화테크윈이 발행액의 20%대만 모집하는데 그치고 같은 신용등급의 SK하이닉스는 일부 미매각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채 시장 경색에 대한 경고는 지난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의사록에서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용경계감으로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우량기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과 구조조정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회사채 매수 주체들이 나서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단 이것이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배경이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 충격 맞물리면 위기 가중…"혼란 크지 않을 것" 반론도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복합 충격의 발생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소위 ''G2 리스크'' 외에도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의 경제불안, 지정학적 불안 등이 대외적인 주요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 위험요인 몇 가지가 한꺼번에 맞물려 터진다면 충격이 몇 배로 증폭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0일 시중은행장들을 초청해 연 금융협의회에서 "다양한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우리 경제도 부정적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며 "정책 당국은 물론, 금융기관이나 기업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는 이미 시장이 충분히 예견해온 이벤트이고, 신흥국 불안 가능성도 과장된 측면이 있어 과도한 심리 위축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 금리 인상은 예견된 이벤트여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고 주요 자원 신흥국들도 외환보유고 등 대외건전성이 나쁘지 않다"며 "남미 자원 신흥국의 불안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 후 단기적인 혼란이 있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충격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대책과 기업 구조조정이 결국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한 부채관리 정책의 일환인 만큼 현재의 대책들을 착실히 추진하?한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승동 기자 01087094891@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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