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핀테크노트] 이군희 서강대 교수 "핀테크로 韓 금융 재도약"

인터넷전문은행, 특정 업권 허용보단 전업권 대상 적격 심사해야
국내 핀테크 서비스, 해외 진출 필수…정부 차원에서 지원 필요

이군희 서강대학교 교수.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법규 개정 등은 관련 당국·업계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진행돼야 하고, 한국형 핀테크 활성화는 국내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단 의견이 나왔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특정 업권에만 길을 열어주는 은산분리 완화보다는 적격성 심사를 통해 자격을 가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빅데이터 활용 차원에서 신용정보를 공유하는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21일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에서 만난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금융시장에 대한 정책적 철학이 만들어지면 법의 필요 여부에 대한 구분이 생길 것으로 불필요한 법에 한해 완화·철폐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핀테크가 금융을 기반으로 한 패러다임이므로, 한 쪽의 의견만 들을 경우 특정 하나를 중심으로 규제가 잘못 나아가면 핀테크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법은 기존의 법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법을 개정하고 조율하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기존의 법과 충돌이 일어나는 핀테크 활성화 법이 만들어지면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일방적인 한쪽의 의견을 반영해 핀테크 활성화 법을 만들면 일관성이 없는 기형적 형태의 금융시장 규율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 국내에서 핀테크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로선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국내 금융과 IT의 역량을 총결집해 핀테크 활성화를 이룩하고,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한국형 핀테크의 해외 진출 등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을 도모·도약해야 한다. 한국형 핀테크의 로드맵 마련은 정부·당국이, 세부규칙이나 판을 만드는 것은 금융·IT업계가, 금융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 가야 한다.

- ''핀테크''를 개인적으로 정의하자면.
▲핀테크는 ''금융과 ICT가 융합된 창의적인 금융 아이디어의 집합''으로 정의하고 싶다. 창의적 혁신은 기존 시스템의 파괴를 의미하며, 이는 기존 금융업의 도전이며 두려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선택의 길에 놓여 있다.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잠시 장애물로 인하여 힘들 수도 있지만 과거와 같이 이러한 역경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후진해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 당국의 규제 패러다임이 사전규제에서 사후책임으로 변했다. 평가를 한다면?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사후 책임 자체가 무책임이 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해서 기업 차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법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단 기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후 책임을 다할지 계획을 세우고 당국에서는 수시로 검사·평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사후책임이 예측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위험을 안고 시작한다는 사실을 충분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개정·폐지돼야 하는 법이 있나.
▲우선 개정된 신용정보법을 다시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는 발전된 신용사회라는 전제가 필수 조건으로, 발전된 신용사회는 신용정보의 유통과 공유로부터 시작되는데 지난 2월에 개정된 신용정보법은 이러한 신용정보의 공유를 막고 있다. 신용정보 공유가 가능하게끔 바뀌어야 한다. 신용 히스토리가 있는 경우, 핀테크 서비스 활용에 혜택을 줄 수 있게끔 개정돼야 한다. 또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은산분리법이 폐지돼야 한다. 핀테크는 금융과 ICT의 융합이며, 이는 자본의 결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은산분리법 폐지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는 금융업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재벌기업 여부가 아닌 기업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비자금 또는 상속세 등에 대해 투명하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심사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인·허가하는 게 맞다. 발?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 내부적으로 감사를 하거나 리스크를 통제하는 기능의 강화하고, 정부의 감독 강화를 하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활용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되는지.
▲개인의 신용에 대한 정보는 옵트아웃(opt-out)형태로 공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opt-out은 특별하게 거부하지 않는 이상 신용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도를 뜻한다. 개인이 자신의 신용정보를 거부할 경우에는 이에 따른 금융 서비스도 제한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대화를 훔쳐보거나, 의료 기록과 같은 민감한 개인 신용정보의 악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강한 규제가 전제돼야 한다.

-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정부안에 대한 의견은.
▲은산분리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두려워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기회를 허용하면 핀테크 산업이 제대로 시작되기 전에 망가질 우려가 있다. 앞서 말했듯 은산분리를 100% 폐지하면서 적격심사 기능과 관리감독 기능의 강화로 보완하는 게 옳다.

- 국내 핀테크 서비스의 해외진출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대한 브릿지(bridge)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대상국의 규제벽에 부딪히게 되며,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함에 있어 불공정한 규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다른 나라와의 업무협약·제휴·협정 등을 통해 한국형 핀테크가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핀테크 서비스의 해외진출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핀테크 발전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핀테크 업체가 시장이 좁아서 커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 한국의 핀테크 서비스가 해외경쟁력이 있을지, 그 이유는.
▲국내외 규제를 풀고 금융업을 일반 산업과 같이 생각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책적 의지만 있다면, 한국인의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에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일각의 우려처럼 한국 경제가 잠식될 확률은.
▲우리나라 업체들은 외국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우수한 실력으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은산분리법과 같은 국내 산업자본의 역차별로 발을 꽁꽁 묶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된 해외 거대 핀테크 업체들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백전백패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된 거대 핀테크 업체들이 생겨나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내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 한 가지를 제시해 달라.
▲두려움을 갖고, 도전하는 정신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 기존 시스템과 체제를 바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상황으로, 이에 대해 기존 금융권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해 접근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핀테크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바꿔나가는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앞으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많은 역경이 있겠지만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이므로 두려움을 갖되 도전·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종진 기자 tru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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