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 백화점 세일 첫 날 '북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다 뭐다 해서 사람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좀 놀랐어요. 의외로 백화점에 사람들이 많이 왔네요"

26일 오후 서울 도심의 대형 백화점 본점 9층에서 아들을 위해 와이셔츠 2벌과 넥타이를 고른 50대 이경희(노원구 상계동)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일 가격이나 품목 구색도 다 마음에 든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침체와 메르스 사태 등의 여파로 내내 한산했던 서울시내 백화점들이 이날부터 올해 정기 여름세일에 들어가면서 정말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이 백화점 본점 9층 특별 행사장에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개장 직후 이른 시간부터 많은 고객들이 몰려 북적거렸다.

현재 이 층에서만 올 아바웃 셔츠(듀퐁·닥스·레노마·루이까또즈 등), 핫썸머 수영복 페스티벌(배럴·엘르·레노마 등), 해외명품 선글라스 페어(랑방·지방시·레이밴·구찌 등), 여심 사로잡는 바캉스룩 페스티벌(에고이스트·플라스틱아일랜드·톰보이 등), 월드와인 페스타 등 패션·와인 등 다양한 할인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다.

6층 아웃도어 매장에는 주로 부부 동반 고객들이, 8층 생활가전·주방 및 생활용품 층에서는 딸과 함께 프라이 팬·압력밥솥·인견이불 등 주요 할인 품목을 살피는 주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부터 주차장 앞에는 긴 차량 행렬이 이어져 정문 앞 도로까지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 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 관계자는 "솔직히 메르스 등으로 세일을 해도 집객(고객이 모이는 것)이 어려울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고객들이 찾아주셨다"며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눈짐작으로 최근 평일 고객 수의 3배 정도가 오늘 입장하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역시 이날부터 세일에 들어간 인근 다른 대형 백화점 직원들도 모처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1층 양산·손수건·양말 판매대와 2층 에스컬레이터 옆 핏플랍·버겐스탁 등 샌들 팝업스토어(임시매장) 등에 고객들이 몰려 점원들이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여름을 맞아 린넨 등의 소재로 침구를 바꾸려는 주부 고객들도 많았다.

3층 여성복 매장 직원은 "평소보다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메르스 사태도 진정되는 분위기라 내일부터 시작되는 주말에는 더 고객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메르스 등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발길이 끊긴 명동의 면세점들은 여전히 썰렁한 분위기다.

소공동의 대형 면세점의 경우 세일로 활기를 찾은 다른 층의 백화점과는 달리 손님의 모습을 거의 찾기 어려웠다. 올해 3~4월까지만해도 화장품 매장 등을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차 지나다니기조차 어려웠지만 불과 몇 개월만에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신유경 기자 vanil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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