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조 개혁'으로 경제활성화 이끈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노동시장 유연화·기업에 필요한 인재 육성 등 '구조 개혁'
"과감성 떨어진다"·"재정전전성 우려" 지적도

‘박근혜 정부’가 내년 경제활성화를 위한 카드로 ‘구조 개혁’을 꼽았다. 공공, 금융, 노동, 교육 등 주요 분야에 대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많은 가운데 정부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책의 과감성이 떨어지고, 단기적인 경기활성화에만 지나치게 쏠려 재정건전성을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정부는 올해 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주택담도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과감히 완화하면서 한은 기준금리도 0.5%포인트나 인하하는 등 경제활성화에 올인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올해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전년동기 대비, 한은 집계)은 1.5%에 그쳤다. 2분기(1.5%)와 같고, 1분기(2.5%)보다 1%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설비투자도 3분기 증가율이 4.3%에 그쳐 전기(7.7%) 대비 3.4%포인트 하락했다. 3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2.6%로 2분기(0.2%)보다는 올랐지만, 1분기(4.3%)에는 미치지 못했다. 건설기성액은 7~10월 내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8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동월보다 2.7% 줄었다. 9월에 2% 늘었지만, 10월 들어 다시 3.4% 감소로 전환됐다.

디플레이션 우려 역시 벗어나지 못했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1%에 불과했다. 7월의 1.6%에 비해 0.6%포인트나 내려간 수치다.

한은이 지난 10월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5%로 올해 초의 4%보다 0.5%포인트 하향조정됐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밝혀 더 내려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부동산시장 역시 ‘9.1 부동산대책’이 4개월간의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다시 하향세를 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전국 주택사업환경지수 역시 10월 157.6에서 11월 116.3으로 급락한 뒤 다시 12월에 105.3으로 하락세를 시현했다.

◆구조개혁·경기활성화 병행

그러나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여러 연구기관보다 높은 3.8%로 잡는 등 내년에 진행되는 구조 개혁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정책을 ‘경기 활성화’와 ‘구조 개혁’의 투 트랙으로 잡았으며, 특히 구조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와 비슷한 구도이지만 구조개혁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우선 공공기관과 공무원 연금 개혁에 이어 사학연금 개혁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 부문에서는 시중의 여유자금이 실물로 흘러들어가게 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보험사와 증권사 간 칸막이 완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핀테크 활성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노동 부문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한 고용 촉진과 우수 외국인력 유치 등에 나선다.

교육 부문에서는 기업현장의 인력수요에 맞춰 인재를 육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정의 58%를 상반기에 집행하는 등 확장적 재정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저 임금 단계적 인상, 가계소득 증대세제 시행, 연기금을 통한 배당 확대 유도 등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정책과 민간투자 확대, 30조원 신규투자 유도,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 등 투자 촉진 정책도 함께 실시한다.

정부 관계자는 “여기에 부동산 3법, 경제 및 민생 법안의 국회 통과 등이 이뤄지면 경기 활성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대만큼 가능할까?

그러나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는 의심의 시선이 많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정부 정책과 함께 좀 더 과감한 통화정책도 필요하다”며 기준금리를 더 낮출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과감성 부족 부분을 비판했는데,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 의지를 갖고 있다면, 국회만 탓할 게 아니라 입법을 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부분에 힘을 쏟는 등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시장 활성화는 거시경제 회복이 먼저 전제돼야 한다”며 “법인세 감소 등 세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재정을 확대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간과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라며 “중앙은행의 협조 없이는 의도한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핵심 분야 구조개혁이 단기적으로 경기 활성화보다 전진 배치한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며 “2015년은 선거가 없는 해라 이해관계가 복잡한 경제구조 개선에 나설 적합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재정지출 확대 등 긍정적 요인에도 미약한 내수 회복세,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 부정적 요소가 강해 3.8%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다소 낙관적인 것 같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연구원은 “가계소득 정체, 노후 불안 등으로 민간소비의 개선세가 약하고,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취약해 설비투자도 둔화될 위험이 높다”며 “신흥국과 산유국의 외환위기 가능성, 엔저효과 등을 종합할 때 경제의 하방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공요금 정상화 등 피할 수 없는 과제가 있다면 지금 단행하되, 에너지 바우처 등 저소득층 지원책으로 체감경기가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고용시장의 유연화와 외국인력 유입 강화, 교육제도 전환을 통한 인력공급계획 등은 잘한 부분”이라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고, 엔저와 중국 리스크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만약 경기가 경착륙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막을 것인지 거시경제정책에서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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