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변화와 혁신①]신뢰 회복하려면?

연이은 동양·카드·KB 사태로 신뢰-명예 훼손
예측 가능한 검사 및 감독체계 정립 시급

임기가 아직 절반 가까이나 남은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돌연 사표를 내고, 진웅섭 금감원장이 취임했다. 일련의 사태를 놓고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금감원을 보는 외부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는 점이다.

진 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금감원의 변화와 쇄신"을 주문했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금감원의 문제점 등을 진단해 보고, 무엇을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 것인지 개혁 및 쇄신 방안 등을 집중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진웅섭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사에서 "연이은 금융사고로 금감원의 신뢰가 훼손됐다"며 "이를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권과 일반 국민들의 금감원에 대한 신뢰는 하락한 상태다. 이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뼈를 깎는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사고 빈발에 휘청이는 금감원

금감원에게 지난 1년은 악몽같았다. 지난해 ‘동양 사태’를 시작으로 올해 초  ''카드 사태'', 이어 ''KB 사태''가 연이어 금융권과 금융당국을 뒤흔들었다.

금감원 직원 A씨는 "사실상 주말도 없고, 휴일도 없이, 설 연휴까지 반납하고 일했다"고 하소연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믿음과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지난 2008년부터 동양증권의 투기등급 회사채 불완전판매 정황을 여러 번 확인했지만, 2011년 종합검사에서도 관련 사항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며 "''동양 사태''는 금감원의 업무 태만 탓"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국회의원은 "계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판매로 동양증권이 올린 수수료수익 비중이 매우 높다"며 "동양증권은 계열 CP와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수수료가 탐나 열성적으로 판매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사전에 잡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금감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다. ''동양 사태''의 피해액은 무려 1조7000억원에 달한다.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유출된 ‘카드 사태’와 관련해 새정연 민병두 국회의원은 "이번 사태는 정보보호 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라고 금융당국의 책임을 따졌다..

무엇보다 ''KB 사태'' 처리 과정에서 금감원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금감원 검사부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사전예고했다. 제재심의위원회에도 중징계를 건의했다.

그러나 제재심은 이를 경징계로 감경했다. 뿐만 아니라 공식 회의실이 아닌 별도의 방에서 최종적으로 경징계를 결정한 탓에 속기록까지 남기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이를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다시 뒤집었다. 사상 최초로 거부권을 발동, 두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가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징계를 더 상향, ''3개월 직무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KB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만으로 금감원에 쏟아지는 시선이 날카로운데, 일관성 부족으로 소란을 더 키운 것이다. 줏대없다는 얘기가 충분히 나올만한 대목이다.

◆일관적이고 엄격한 철학 정립해야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카드 사태''는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범죄라고 봐야 한다"며 "또 ''KB 사태''는 두 CEO의 갈등이 예상을 뛰어넘어 극한까지 치달은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에 거는 국민과 시장의 기대치가 큰 만큼 그것을 맞춰줘야 할 의무 역시 존재한다. 진 원장도 "금감원 임직원들이 금융산업의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첫 번째 숙제로 꼽히는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일관되고 엄격한 검사 및 감독 철학이 정립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KB 사태''처럼 금감원이 갈피를 못 잡으면 금융사들도 따라서 폭풍 속의 조각배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일관된 자세를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금감원 내부 부서들 간의 원활한 소통이 요구된다. 검사부와 제재심의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는 토론으로 풀어야지,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방식의 최종 결정은 논란만 키울 뿐이다.

금융권과 시장에서 언제나 요구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검사 및 감독체계''다. 이를 위해서는 확고한 철학과 일관된 자세, 그리고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

또 ''동양 사태''나 ''카드 사태''와 같은 불행한 금융사고는 두 번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그만큼 엄격한 조치가 요구된다.

진 원장은 "국민과 시장의 목소리에 더 귀을 기울여야 한다"며 "조직 내외부의 의견을 수렴해 금감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스스로 변화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신뢰는 순식간에 회복될 것으로 여겨진다. 혁신의 시도만으로도 호감도 상승이 기대된다.  

일관되고 엄격한 검사 및 감독 철학의 정립은 진 원장이 말했듯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이 되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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