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모뉴엘'…당국·국책銀 '이러지도 저러지도'

신제윤·최수현 "제도·여신심사 부실 인정"
홍기택 産銀회장 "미진한 점이 있었다"
輸銀 "제도 전면수정하나, 中企 배려해야"

국정감사 마지막 일정인 종합감사에서 ‘모뉴엘 사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에 부실대출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일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까지 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을 받았다.

금융당국 등은 모뉴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칫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심사를 엄격히 할 경우 그 불똥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중소기업에 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 부실대출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에 대한 집중적인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열린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은행권 대출 관련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검사결과를 보고 제도 개선과 관련해 해야 할 것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강 의원은 “모뉴엘 사태의 경우 은행들의 여신심사 부실도 문제이지만 무역보험공사도 100%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은행들이 더 깐깐하게 심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강 의원의 추궁에 “모뉴엘의 경우는 금융회사들이 무역보험공사에서 100% 보증한 것만 믿고 여심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모뉴엘의 수출거래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했기 때문에 물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 역시 “모뉴엘 사태는 2년 전에 막을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정부 채널이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2년 전 모뉴엘에 대한 종합세무검사를 했는데 세금 탈루액만 추징하고 가공매출로 부당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당시 850억원을 대출해준 우리은행의 경우 더 빌려달라는 모뉴엘을 이상한 기업으로 생각하고 대출채권을 다 회수했는데 다른 은행들은 대출을 해줬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최수현 원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모뉴엘 사태는 KT ENS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금융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금융사고와 현장 문제 등에 대해 은행 CEO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서는 대규모 대출을 해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강기택 의원은 “지난 2012년 말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여신을 회수하기 시작해 현재 피해가 없다”며 “하지만 산은은 이 시점부터 1305억원을 빌려줬고 지난 5월에는 300억원 대출을 해줬다”고 홍기택 산업은행장을 몰아세웠다.

홍 행장은 “300억원을 대출할 당시의 모뉴엘의 신용평가사 자료를 아직 보지는 못했다”며 “미진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국회 정무위뿐 아니라 같은 날 열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대한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모뉴엘 사태는 논란의 중심이 됐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영 중인 ‘히든챔피언’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히든챔피언’은 수출입은행이 중견 수출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제도로, 인증 기업에 선정되거나 육성 대상 기업에 들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금리와 한도에 특별우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인증기업 35%가 인증을 받은 이후 매출이 감소하는 등 제도운영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수출입은행은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여러 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이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제도를 악용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히든챔피언’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수출입은행은 혼신의 힘을 다해 수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여신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젔다는 지적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모뉴엘 사태는 가슴 아픈 일”이라며 “여신심사를 엄격히 해 안 그래도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일반 시중은행과 같이 동일하게 담보를 요구하면 중소기업이 더 힘들어지게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최근 중견 가전제품 판매기업 모뉴엘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모뉴엘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최근 3년간 25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지원을 받은 근거가 허위 매출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어쨌든 이번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심사 제도를 전면 개선하기는 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어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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