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태, 감독이 지배로 흐르는 '人治' 끊나

19일 이사회 개최…임영록 후임인선 '본격화'
회장추천委 구성 등 다음달말 차기회장 윤곽
회장-행장 내분에도 KB경영실적 오히려 개선

''이때까진 좋았는데…'' KB금융그룹이 지난달 22일과 23일 이틀간 경기도 가평 백련사에서 진행한 ''템플스테이''에서 임영록 전 회장(왼쪽)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KB금융 사태를 계기로 감독이 지배로 흐르는 ''인치''(人治)가 끊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이사회의 해임 의결로 차기 회장 인선작업이 본격화됐다. 이번 KB사태를 통해 한국 금융계의 오랜 병폐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정부 입김이 배제된 내부 인사의 중용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KB금융은 19일 오후 서울 명동 본사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구성하기 위한 이사들 간의 의견조율에 들어간다. 회추위는 KB금융 사외이사 9명으로 꾸려진다.

이날 임시이사회에서는 회장 후보 선정방식과 기준, 임기 등 물러난 임 회장의 후임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KB금융 이사회에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요구한 만큼, 늦어도 다음 달 말이면 새 회장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신임 회장 후보에는 ''관피아'' 출신은 우선 제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현직 KB금융 출신이거나 금융권 경험이 많은 외부인사가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만약 새로운 회장이 관료출신이 아니라 KB금융 내부에서 경력을 쌓고 경영능력을 보여준 인사가 선출될 경우 KB금융 정상화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KB에는 실적개선이 아닌 ''낙하산 인사''와 이로 인한 ''자기사람 심기''로 깊어질 대로 깊어진 파벌 간 갈등을 빠른 시일 내에 봉합하고 조직화합을 이끌 인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B금융은 경영수뇌부 내홍에도 올해 2분기 그룹 핵심이익이 직전 분기와 비교할 때 5.6%나 증가했다. 지배주주순이익도 당초 시장의 예상치인 3781억원을 3.6% 상회하며 391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KB금융은 올 상반기 7652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1902억원) 대비 33.1%의 대폭 개선된 수치다.

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5462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016억원보다 무려 58.5% 늘었고, 전분기 대비로는 11.5%(298억원) 증가한 2880억원을 달성했다.

신용카드를 제외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2분기 1.82%로 전분기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과 카드를 모두 포함한 그룹의 NIM 역시 2.48%로 0.02%포인트 올랐다.

이신영 HMC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경영진 내분에도 KB금융의 3분기 은행 대출성장률과 순이자마진, 대손비용은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의 견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정부정책 수혜와 신규 인수 자회사에 대한 지분 확대가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료=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십년간 관치로 인해 경영진과는 유리된 실무진들이 시스템적 작동을 통해 안정적으로 은행을 꾸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쉽게 말해서 낙하산이 아니면 앉을 수 없는 회장과 행장이 서로 싸우든 말든 그 밑의 실무진은 자기가 맡은 일만 묵묵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감독과 지배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위험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에 대한 적절한 규제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제대로 꾸려지지 못한 관치''는 정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형?을 변화시켜 무슨 ''내용''을 담아낼지는 금융사를 둘러싼 소비자와 임직원, 주주, 채권자, 금융당국 등 이해관계자들마다 입장이 전부 다를 것"이라며 "지배구조의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영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지배 및 승계구조의 구축''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KB금융의 신임 회장을 올바로 뽑기 위해 이사회가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다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한편, KB금융 회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사들 가운데 내부 사람으로는 KB금융 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과 국민은행장 대행을 보는 박지우 부행장이 있으며 윤종규 전 부사장과 김옥찬 전 부행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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