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희만사 대표 "서민금융 인식 바뀌어야"

재무적·비재무적 진단 병행 강조
'소비자중심'으로 부채 문제 접근 필요

김희철 희망 만드는 사람들 대표는 빚 문제가 개인의 잘못이라 여기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빚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사진=희만사)
"지금까지의 정부 서민금융정책이 공급자의 시각에서만 이뤄지다보니, 소비자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다가가지 못 했습니다. 또 서민금융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통계자료로만 접근한 탓에 실질적인 효과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정책 당국은 ''보여주기식'' 홍보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김희철 ''희망 만드는 사람들(희만사)''대표의 이야기는 서민들에게는 절절함, 당국에는 일침으로 다가선다.

31일 서울 역삼동 희만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서민금융 정책의 기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PB영업을 구축할 당시 이를 주도한 바 있는, 다시말해 주로 VVIP 분야를 전담해 온 인물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구은행 부행장 시절, 보건복지부의 부채 클리닉 사업에 참여하면서 부채문제의 어려움을 절감하면서 희만사 설립에 참여하게 됐다. 현재 희만사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신용자에게 부채상담을 진행하면서 약 30억원이 넘는 ''재무설계 바른대출''을 지급했다.

김 대표는 우선 부채문제를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빚 문제가 개인의 잘못이라 여기면서 어떻게든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이런 생각은 변해야 한다"며 "금융 질서의 유지라는 명분 하에 빚으로 빚을 갚아 나가는 ''금융 노예''와 같은 생활을 지속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 정의가 아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부채와 질병을 비교하면서 "질병의 경우 당연히 병의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도 마찬가지다"며 "희만사는 재무적 진단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진단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에 관한 트라우마, 현재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 가정의 꿈 등을 이야기하며 상담자의 심리적 상황부터 점검한 다음 종합검진에 들어가는 식이다.

부채문제 해결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 방법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정부 주도의 부채문제 해결 시도를 민간에서도 동시에 제공하도록 ''경쟁과 분리''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부채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선택폭이 늘어나고, 상담사들은 상담자의 욕구에 더 귀기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부문, 사회적 단체부문, 민간부문을 각기 공적 상담기관으로 둔다면, 상호 보완과 협조 또는 경쟁 체제로 운영되면서 새로운 방안과 혁신적인 상담 사례들이 발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김 대표는 "기존의 다양한 지원 창구를 원스톱 지원체계로 한다는 점과 지원상품을 개선하겠다는 점에서는 다소 긍정적인 기대가 된다"며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돈과 제도로 해결하고자하는 관점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해결법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그가 이끄는 희만사는 올해 초 국제적인 기준의 사회적기업 평가시스템을 가진 미국의 ''B Lap''으로부터 ''B Corp( Benefit Corporation)''인증을 받았다. B Corp는 기업적 원리를 사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기업 중 세계적 수준의 엄격한 평가를 통과한 기업에만 부여하는 칭호. 국내에선 대부업 등록을 이유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 오히려 희만사의 노력이 해외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