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스포츠마케팅①] 속썩는 기업들

실망스러운 동계올림픽·월드컵
스포츠 마케팅, 소기의 성과 못 거둬

[편집자 주]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금력이 열악한 스포츠단에게 기업의 후원은 매우 절실하며, 기업도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 상승 등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연달아 체면을 구김에 따라 기업들도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서 부진한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분석한다.

2014년은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스포츠에 있어 상당히 수치스러운 한 해가 되는 분위기다.

연초의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그간 한국의 메달밭이었던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치는 등 예상을 훨씬 하회하는 성적에 그쳤으며,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충격의 16강 탈락을 겪었다.

이에 따라 대표팀이 침울해하는 것은 물론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기업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부진한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역대 최대 규모인 71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금메달 4개 이상을 따내 동계올림픽 3회 연속으로 10위권 내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출발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무리해 종합 13위에 그쳤다.

26명이 참여한 벨라루스가 5개의 금메달을 따는 동안 그 3배 가까운 참가한 한국은 금메달 3개밖에 따내지 못한 것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것도 아쉬웠지만, 결정적인 실패는 남자 쇼트트랙 분야에서 발생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메달밭이었으며, 지난 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따냈던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부끄럽게도 노메달에 그쳤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에다가 충돌 사고로 실격당하는 선수까지 발생해 국민들로부터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특히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환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선수가 3관왕을 차지하면서 혼자 3개의 금메달을 딴 것과 대비돼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월드컵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한국 대표팀 ‘홍명보 사단’은 지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렸으나,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부진한 성적으로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러시아와 ‘1:1’로 무승부를 기록할 때까지만 선전했을 뿐, ‘1승 제물’로 꼽았던 알제리에게는 오히려 ‘2:4’로 참패했다. 벨기에게도 ‘0:1’로 져 결국 H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 각국 언론으로부터 ‘D-’나 ‘F’ 등 혹평을 받았다.

또 국내에서 홍명보 감독의 선수 선발 기준이 심각한 의심을 받아 “실력이 아니라 의리로 선수를 뽑는다”, “지나치게 K리거를 무시하고 해외파만 중용한다” 등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홍 감독은 “월드컵 직전에 대회 준비는 뒷전인 채 땅을 사러 다녔다”는 비판까지 직면해 결국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대표팀 감독직에서 사퇴해야 했다.

◆기업도 ‘씁쓸’

상처 입은 것은 대표팀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거액을 후원하면서 내심 홍보 효과를 노렸던 여러 기업들도 입맛이 쓰다.

한 대기업 스포츠 마케팅 담당 임원은 “특히 국가대표팀 후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라며 “성적이 좋으면,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워져 높은 홍보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성적이 나쁘면, 국민이 관심이 시들해져 별 효과가 없다”며 “반대로 역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올해 대표팀의 성적이 영 부진했다는 것.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기아차, 하나금융그룹, 외환은행, 비씨카드, 이마트, 하이마트 등은 소치 동계올림픽 대회 전부터 마케팅을 적극 전개했다.

하지만 오히려 대회 전의 홍보 효과가 더 좋았으며, 부진한 성적 탓에 대회 기간 및 대회 후 홍보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김연아, 이상화, 심석희 등 여자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후원했던 KB금융지주만이 이들의 선전 덕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월드컵도 한숨나긴 마찬가지였다.

하이트진로, 서울우유, 코카콜라 등 13개 축구대표팀 후원사들은 대표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 탓에 마케팅 효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월드컵 TV를 내세웠지만 개막 전에만 반짝 특수를 누리는 데 그쳤을 뿐, 대표팀이 부진하자 곧 판매량이 급감했다.

여러 경제연구원들은 아직까지 ‘월드컵 경제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내지 못했는데, 이는 “효과가 너무 처참해서 차마 보고서를 낼 수 없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브라질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꾸준히 전 세계에 노출된 현대기아차만이 상당한 마케팅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총 60경기에서 터진 159개의 골 가운데 경기장을 둘러싼 광고판에 현대기아차가 노출된 횟수는 17회로, 전체 후원기업 중 가장 많았다.

브라질에서는 올해 1∼5월 현대차 판매량은 총 8만992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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