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빙하기④] 보험업계 '3중고'

장기불황과 저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가 잇따라 터진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내부직원의 금융사고가 터졌다. 저성장 영업 환경 속에서 금융당국의 지나친 정책·규제마저 보험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사고

지난달 25일 생명·손해보험사 14곳의 보험계약 정보가 판매대리점(GA)을 통해 시중에 유통된 것을 인천 남동경찰서가 확인했다. 생보사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알리안츠생명, AIA생명, 동부생명, PCA생명, KDB생명 등이다. 

손보사는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한화손보, MG손보 등이다. 이들 회사에서 유출된 정보는 총 1만3000건이다. 경찰은 이들 14개 보험사와 보험판매 위탁계약을 맺은 A대리점을 통해 통째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유출 경로를 수사 중이다. 

보험 정보는 질병·사고 내역으로 민감 정보에 속한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는 질병정보가 아닌 이름, 주민번호 등으로 대출이나 도박, 성인사이트 광고 등에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에서도 각각 16만건 씩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보험업계는 정보 관리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보험사 내부 직원의 30억원대 사기 사고와 설계사의 4억원대 금융 사고 문제도 터졌다. 영업력 강화보다 내부 리스크 관리면에서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금융권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우려와 저성장 속 영업 저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의 역마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보유한 보험료 적립금의 평균이율이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보다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2013년 말 자료 기준 보험사의 보험료 적립금은 508조8000억원이었다. 이 중 생명보험사의 보험료 적립금은 405조9000억원이었으며 손해보험사는 102조9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적립금에 대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평균 이율이 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 이익률보다 높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 회계연도2013(4~12월) 보험사의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은 5.0%였다. 이중 생보사의 6.5% 이상 고금리 확정이율 계약의 비중은 110조3000억원(27.2%)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회계연도2013 운용자산 이익률은 4.4%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떨어졌다. 이러한 통계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율과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활용해 수익을 올린 이익률 차이가 고작 0.6%포인트라는 것을 말해 준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상황 대책 마련 일환으로 최근 '재무건전성 강화와 수익성 발굴'을 위한 사장간담회를 가졌다. 생보업계 고위 관계자는 "생보 사장단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의 보험사 재무건정성 강화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000억원 감소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5.7%로 1.1%포인트 낮아졌다. 금감원은 올해 생보사 당기순이익이 2조원대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업계 조직개편·희망퇴직 예고

이처럼 시장 상황과 경영 환경이 나빠지자 보험사들은 구조조정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설 채비를 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사들의 대규모 희망퇴직 형태의 인원 감축을 준비 중이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추가적인 인원감축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들 회사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하지만 대규모 조직개편이 예고된 상태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한화손보, 알리안츠생명, MG손해보험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보험업계는 장기화된 저금리 여파로 인해 수익구조가 둔화되면서 이미 지난해부터 중소형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실시된 바 있다. 영업환경이 열악한 중소형 보험사들로 추가적인 인력감축 광풍이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사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보험에 대한 소비자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고 꼽는다.

진익 연구위원은 “보험은 장기상품 성격상 신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업계에 대한 압박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도 제고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은 은행, 금융투자업계에 적용하던 규제와 제도를 가져와 보험에 적용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산업 특성을 감안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희 세계파이낸스 기자 nina1980@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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