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케미칼, 석유公 소유 '셰일가스' 광구 매입 추진

석유公, 하베스트社 보유 캐나다 셰일가스 지분 민간 매각
롯데케미칼-美액시올, 5대5 합작도…총 3조원 투자

(최근 2년간 롯데케미칼에 대한 투자의견 변동내역. 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롯데케미칼이 한국석유공사가 민간에 매각할 예정인 캐나다 ‘셰일가스’(shale gas) 광구에 대한 매입을 추진한다.

셰일가스란 모래와 진흙이 퇴적돼 형성된 셰일층에 함유된 가스를 말한다. 원유나 천연가스와 달리 지하 1000m 이하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셰일암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세계 최대 매장 지역은 중국과 미국이다.

13일 석유화학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공기업 부채감축 방안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캐나다 하베스트사가 보유한 캐나다 셰일가스 광구에 대한 투자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베스트사는 총 매장량 2억2000만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광구를 보유한 기업으로 지난 2009년 석유공사는 이 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석유공사가 민간에 매각할 예정인 캐나다 셰일가스 광구에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롯데케미칼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미국에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래커를 짓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액시올(Axiall)과 5대 5로 합작해 10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 투자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의 이번 합작투자에 대해서는 원료를 미국의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화학업체들이 원료로 사용하는 납사(naphtha)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여기서 확보한 50만톤의 에틸렌을 이용해 같은 지역에 연산 70만톤의 EG(폴리에스테르 원재료) 생산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총 투자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이 1조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차입으로 조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국내 210만톤, 말레이시아 72만톤으로 총 282만톤에 이르며 아시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설비는 납사 기반이 100%여서 북미와 중동산 에탄 기반 에틸렌 제조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취약하고, 아시아 수급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액시올과 미국의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탄분해시설을 짓기로 결정함으로써, 오는 2018년까지 에틸렌 원재료에서 납사의 비중을 76%로 낮추고 에탄가스의 비중을 24%로 높이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비록 시황 노출이 심한 범용화학제품을 위주로 하지만, 다른 업체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며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이 중동에 진출해 플랜트를 대규모로 건설했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져 실적 부진에 이은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건설사 입장에서는 해외 플랜트 건설이 일종의 돌파구가 됐으나, 이로 인한 역풍은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맞았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우리 건설사들이 지어준 플랜트 공장에서 자국의 석유를 직접 정유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불황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미래에너지로 셰일가스에 대한 석유화학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중동의 신증설 급증 물량이 유럽경기 침체로 아시아로 유입되면서 역내 주요 화학제품 마진이 축소됐고,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셰일가스 생산량 급증으로 유럽연합(EU) 대비 3분의 1 이하로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석유화학업체들이 신증설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한국의 석유화학업체들은 미국의 석유화학업체 대비 주가와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는 이에 대해 “자산합리화를 위해 비핵심자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 맞으나, 공사는 미국 아나다코사(社)와 함께 미국 이글포드에 셰일가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이어 “자회사인 하베스트는 캐나다 셰일가스 광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셰일가스 사업은 신성장동력으로서 한국석유공사가 롯데케미칼에 셰일가스 광구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캐나다 셰일가스 광구 전체에 대한 매입을 추진한 바 없으며, 롯데케미칼이 에너지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채택하지 않는 한, 에너지사업을 한 적이 없는 회사 입장에서는 캐나다 셰일가스 광구 전부를 사야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의 액시올(Axiall)과 5대 5 합작으로 미국에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래커 공장을 짓는 데 3조원을 투자하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며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일경 세계파이낸스 기자 ikpark@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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