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은 느는데 준비는 미흡”…은퇴 설계, 20~30대부터 해야

평균 수명 느는데 은퇴 시기는 빨라져…준비 기간 짧아져
화이트칼라의 퇴직 나이 빠른 편…금융종사자, 은퇴 후 갈 곳 마땅찮아
사회 초년생 때부터 자기개발 치중하되 돈도 관리해야

#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던 60대 A씨는 50대에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을 하고자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6개월 이상이 드는 시간과 약 100만원을 들여 딴 자격증이었다. 하지만 그는 퇴직 후 기존에 하던 일과 관계없는 자격증을 택했고 해당 자격증의 수요도 많고 경쟁도 치열해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젊은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라이프 코치 자격증도 획득했지만, 이도 다르지 않았다.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은퇴 설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화이트칼라의 퇴직 고민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이트칼라의 퇴직시기는 더 앞당겨지면서 조기 은퇴에 따른 자산축적기간이 줄어드는 등 은퇴 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20~30대인 사회 초년생 때부터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균 수명 느는데 은퇴 시기는 빨라져준비 기간 짧아져

평균 수명은 40년 전에 비해 20년 늘었지만 조기 은퇴에 따라 은퇴를 준비하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기대수명추계’ 자료에 따르면 실제 의료기술의 발달과 산업화에 따른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1970년 남자 58.7세, 여자 65.6세에 불과하던 평균수명은 2011년 각각 77.7세, 84.5세로 20여 년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상규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연구위원은 "2011년 통계청의 생명표에 따르면 55세까지 생존한 남자가 78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63.7% 나타나는 등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은퇴생활기간의 증가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인부양 부담 증가로 공적연금 확대를 통한 대비는 한계가 있기에 은퇴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은퇴소득 수준은 미흡하나 그 준비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은퇴소득대체율은 43%로, 미국 58%, 독일 56%, 일본 47%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이는 타 국가에 비해 공적연금이 늦게 시작되어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 자금 보장이 미흡하며, 노후생활에 대한 자녀 의존도가 높은 이유인 것으로 보이는데, 노후 생활의 자녀 의존을 기대하지 않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 은퇴가 도래한 최근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2년 내놓은 서울시복지재단 노인능력 활용방안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은퇴연령은 57.6세로 나타나는 반면, 55~59세 노인의 은퇴연령은 48.5세로 나타나 급격한 조기 퇴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 화이트칼라의 퇴직 나이 빠른 편…금융종사자, 은퇴 후 갈 곳 마땅찮아

업종별로 보면 블루칼라와 비교해 화이트칼라의 퇴직 나이는 더 빠른 편이다.

특히 금융권 종사자는 퇴직 정년이 55세 정도임에도 실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은퇴 압박이 커지며 은퇴 후에도 설 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블루칼라의 대표적 업종인 제조업의 경우 연륜이 쌓일수록 실패율이 떨어져 60대 초반에서 70대까지 일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술자리를 가면 40대 후반 직장인들이 ‘애들은 커 가는데 능력이나 나이 면에서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한다”며 “금융권은 은퇴 후 삶에 대한 설계 기반이 제도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은행 지점장만 해도 퇴직 후 마땅한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융업 같은 경우 이 업을 벗어나서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다”며 “일례로 리서치 연구원 같은 경우도 30대 중분이나 40대 초반으로 나이대가 높지 않아서 다른 데로 갈만한 데가 없고 펀드매니저나 영업을 다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한 관계자는 “40대 초반인데 은퇴 후 삶에 대한 고민은 늘 하지만 업무에 집중하기도 바빠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며 “금융업은 은행에 앉아서 자금 관리를 하거나 증권을 사고 파는 업무만 해오다 사회에 나가면 마땅히 써먹을 수 있는 일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사회 초년생 때부터 자기개발 치중하되 돈도 관리해야

은퇴시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현실 속에 은퇴 후를 위해 사회 초년생인 지금부터 돈과 능력을 동시에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퇴직이나 은퇴가 계획해서 준비한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퇴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며 "외국계 회사 같은 경우 면접 때 은퇴하고 뭐 할 것인지 물어보는 등 회사 입사 때부터 계획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기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선 재무적으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들어 기본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퇴직연금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야 하며, 개인연금 같은 경우 연금저축 등 은퇴 준비 전용 계좌를 하나 만들어 적은 돈이라도 월급의 일부를 떼어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기계발이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책”이라며 “일부 대기업에서 이뤄지는 20~30대 생애설계 교육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전문적인 차원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고, 각자의 관심에 따라 시에서 운영하는 직업학교 등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재무 관리보다 능력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연구원은 “둘 다 중요하지만 20~30대는 우선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능력 향상에 치중해야 한다”며 “실제로 그들이 가진 것은 인적자본인데 능력을 올려 돈으로 연결시키는 시기며, 재무 관리는 30대 이후 결혼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초년생은 재무설계 관점에서 10년 안에는 얼마를 모으고, 집은 언제 사는 등 연령별로 구체적인 라이프플랜 로드맵을 작성하고, 이자 등 경제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높은 수익을 내는 안정적 상품에 대한 투자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계획만 하기보다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은미 세계파이낸스 기자 hemked@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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