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정황

소비자보호보다 회장 지시 이행에 중점 둬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신고센터에 접수된 동양그룹 기업어음(CP)과 회사채 관련 민원이 약 4000건에 달한 가운데 동양그룹 판매창구 역할을 한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동양증권은 소비자보호보다는 회장의 지시를 이행하는데 더 주력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용수 동양증권 전국지점장협의회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9월말까지 그룹 CP를 걱정하지 말고 팔라고 지시했으며, 본부장은 이를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결국 동양증권 직원들은 회장의 지시에 따라 투자부적격등급을 받은 CP와 회사채를 소비자들에게 열심히 판 것이다.

현 회장도 “동양증권의 직원들은 회사가 내놓은 금융상품을 최선을 다해 파는 소임을 다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했다.

동양증권은 사실상 동양그룹의 자금조달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동양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중 동양증권이 모집 주선한 물량의 비중은 평균 67.3%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거의 대부분(94.9%)을 동양증권이 주선했으며, 올해도 총 5760억원의 회사채 가운데 절반 가량(2880억원)을 맡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양그룹 CP와 회사채는 투자부적격등급을 받아 기관투자자들이 살 수 없었으며, 리스크 때문에 타 증권사들도 이를 취급하는 것은 기피했다”며 “역설적으로 피해자가 4만5000명에 달할 정도로 동양그룹 CP와 회사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린 것은 순전히 동양증권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을 찾은 피해자들도 대부분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동양그룹 CP와 회사채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음을 내세우고 있다. 그들은 “동양증권 직원들은 수익률 높은 상품이란 부분만 내세웠다”며 “높은 금리에 더해 ‘동양증권’이란 브랜드를 믿고 거래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장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한 동양증권 직원들은 현재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 직원은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피해자들의 원성을 견디다 못해 동양증권 제주지점에서는 한 여직원이 자살하는 불행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3일 전국에서 모인 동양증권 직원 200여명은 서울 성북동의 현 회장 자택을 찾아 시위를 벌이면서 “현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나 회장은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국회도 곧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소환해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물을 예정이다.

이날 여야에 따르면, 여당 간사인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오영식 민주당 의원은 현 회장과 정 사장을 ‘동양사태’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의사결정을 한 현재현 회장과 CP 및 회사채 판매창구 역할을 한 동양증권 사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 사장은 동양그룹 3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오너 일가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동양증권의 영업정지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동양그룹과 동양증권을 둘러싼 ‘의혹의 구덩이’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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