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이 사랑한 와인 '파 니엔테'

박근혜 대통령이 4년전 미국 방문 당시 인연을 맺었던 레드와인이 취임식 만찬주로 등장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서는 전통주인 '대통주'가 건배주로 사용된 것을 비롯, 미국산 레드와인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과 호주산 화이트와인 '울프 블라스 골드 라벨 샤도네이'가 나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중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 2009'는 박 대통령이 직접 와이너리까지 방문해 맛을 보고 즐겼던 와인이다.

박 대통령은 재보선 참패로 한나라당 분위기가 어수선하던 2009년 5월 스탠퍼드대 초청강연과 실리콘밸리 견학 등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 포도 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의 오크빌에 있는 와이너리 '파 니엔테'를 들렀다.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소규모 와이너리였는데 당시 박 대통령은 그림같은 풍경의 '파 니엔테'에서 동행자들에게 농담을 걸 정도로 유난히 편안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파 니엔테 와인을 마셔보고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의 극찬에 측근들과 동행자들이 "와인통을 통째로 하나 사서 '박근혜 방문기념'이라고 써놓자"고 농담 섞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와이너리 방문 다음날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동행기자들에게 "어제 그 파 니엔테 정말 좋았죠"라고 되새겨 물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이 맛봤던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은 부드러운 타닌을 가진 여성적인 스타일이지만 동시에 향긋하며 장기 숙성 잠재력을 가진 외유내강 타입의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성순 와인21 대표는 "벨벳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매끄럽고 유연한 질감과 고급스러운 풍미를 갖고 있다"며 "첫 입에서는 여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충분한 힘과 스파이시함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는 와인이었을 것으로 본다"며 "박 대통령의 성향이라면 그 와인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두고 이번 취임식 만찬주로 사용하자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파 니엔테는 나라셀라가 매년 국내에 360병을 독점 수입하고 있는데 2009년 빈티지의 경우 현재는 대부분 도매상, 백화점 등에 판매됐다. 이번에 청와대에는 60병이 공급됐다. 나라셀라 직영 와인샵에도 12병만이 남아있다.

1885년 설립된 파 니엔테는 1919년 금주령으로 버려졌던 97㏊ 규모의 와이너리를 현 소유주인 길 니켈이 1979년 인수해 나파 밸리에서 가장 귀족적인 고상함을 가진 와인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재건 중 발견한 건물 입구 주춧돌에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 아무 근심 걱정없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와이너리의 이름으로 삼게 됐다.

파 니엔테 와인은 현재 정상급 와이너리가 밀집한 오크밸리에서도 평균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정상 판매가도 병당 29만원에 달한다.

한편 만찬장 건배주로 사용된 대통주는 국내산 쌀로 빚은 원주에 매실을 첨가해 40일 숙성을 거쳐 만든 술로 농림수산식품부 주최의 '2012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주·청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취임식 오찬에서는 청도에서 만든 '감그린 아이스 와인'이 사용됐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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