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한국거래소 |
반면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1100원선을 돌파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및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이 어두워진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과연 국내 증권시장이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2% 떨어진 2340.11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350선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9월 8일 이후 9개월여만이다.
특히 지난 18일 3개월여만에 24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하루만에 2350선까지 붕괴됐다.
코스피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이 꼽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1.75~2%로 0.25%포인트 인상했으며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기존 3차례에서 4차례로 상향조정했다.
이후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화 및 기업 경기 냉각 위험, 한미 간 금리역전 폭 확대로 인한 해외자금 유출 가능성 등이 불거졌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스케줄이 빨라지면서 한미 간 금리역전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미국이 금리를 4회 인상할 경우 한미 간 금리역전 폭은 0.75∼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과거에도 한미 간 금리역전이 심화될 때 해외자금이 대거 유출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준의 발표가 나온 직후인 14일부터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 하락세가 뚜렷했다. 12일 2468.83으로 장을 마감한 코스피는 14일 2422.37로 뚝 떨어졌다. 그 후로도 하락세가 지속돼 18일에는 2376.24까지 급락했다.
특히 이 기간 중 외국인들은 막대한 양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14일 4712억원, 15일 5570억원 등 외국인은 이틀 사이 코스피시장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18일에도 2858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14일 1083.1원으로 전거래일보다 5.9원 오르더니 15일 1097.7원을 거쳐 18일에는 1104.8원을 기록해 1100원선을 돌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부진과 원화 가치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해외자금 유출과 함께 한국 경제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심화가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지난주 중국산 제품 1102개 품목 500억달러 상당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중 340억달러어치 품목에 대해서는 다음달 6일부터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도 곧바로 맞대응했다. 중국은 5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340억달러어치의 품목에 대해서는 다음 달 6일부터 즉시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까지 똑같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미국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4배로 보복할 것”이라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곧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남북경협주의 모멘텀 소멸, 연준의 매파적 성향, 미중 무역분쟁 등 세 가지 악재가 겹친 양상”이라며 “악재가 조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 외적인 문제가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의 이익 전망은 괜찮은데 대외 변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심해 추세 상승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4월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는 99.5로 2013년 1월(99.4) 이후 5년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5월 100.9로 정점을 찍은 뒤 한 번의 반등도 없이 1년 내내 내림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악재가 겹치다보니 한국 경제가 살아나고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태다. 증권사들은 올해초 2800~2900으로 잡았던 코스피 상단 예상치를 2700~2800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흐름이 하방으로 힘이 실리는 모양새”라면서 “반등에 성공해도 쉽게 상승폭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달러화 강세, 중국 경기의 둔화, 무역분쟁 이슈 등으로 하반기에도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시의 미래를 암울하게만 볼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함께 존재한다. 윤 연구위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그만큼 경기가 좋다는 얘기"라며 "금리 이슈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나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 이슈가 가라앉아 있지만 후일 합의 수준을 구체화하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코스피가 올해 3분기말쯤 전고점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